경찰, 총만 갖고 있었어도…

by 인선호 posted Aug 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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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10범 잡는데 경찰봉만 휴대
경찰 “공포탄 쏴도 사후 감찰”

1일 밤 칼에 찔려 숨진 심재호(32) 경사와 이재현(27) 순경이 폭력 용의자 검거 현장에 가지고 간 장비는 제압용 삼단봉, 포승줄, 수갑이었다. 용의자 이학만(35·택시운전기사)씨가 이들에게 휘두른 흉기는 날 길이 20㎝ 가량인 날카로운 낚시용 칼이었다.

이씨는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는 심 경사의 왼쪽 심장부와 옆구리를 순식간에 2차례, 자신을 제지하던 이 순경의 등·팔꿈치·배 등을 6차례나 찔렀다. 살의(殺意)를 품고 공격했다는 얘기다. 이씨는 강간치상·폭력 등 전과 10범. 사건이 일어난 C커피숍 문 밖에 정모 경장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칼을 휘두르고 달아나는 이씨를 발로 한 번 걷어찼을 뿐이다.

강력계 형사 2명이 단 몇 분 만에 범인의 칼에 목숨을 빼앗겼다. 공권력이 땅바닥에 추락한 것이다. 당시 경찰은 흉악범에 맞설 무기인 총기를 휴대하지 못했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조폭이나 살인사건 용의자 등 흉기 소지가 확실할 때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형사들은 “돌발 사태 때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기를 휴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민간인도 총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현행범 체포에 나설 때는 총을 지참하지만 우리의 경우 민간인이 총기를 지참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총기를 갖고 출동하는 것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자를 체포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될 때”라고 총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인 가정에 불과해 실제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강력계 형사들은 “이번 경우처럼 용의자가 갑자기 식칼·회칼을 휘두를 때 경찰이 똑같이 식칼을 휘두를 수 있느냐”며 “실제로 총기 아니면 상대방이 꿈쩍도 안 하는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말했다.

순직한 경찰의 보상금 액수도 이들의 희생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순경 유족들은 퇴직금·유족보상금·장제비·경찰공제회비 등을 포함, 4700만원 가량을 받는다. 경찰 경력 만 9년의 심재호 경사 유족은 1억1073만원을 받는다. 특히 이 중 순수 유족보상금은 이 순경이 3100만원, 심 경사는 6000만원 남짓이다.

경찰은 2일 이씨와 함께 사건 현장에 있던 이씨의 친구 김모(38)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사건 당일 커피숍에 먼저 올라가 경찰관이 있는지를 살피는 등 이씨 살인을 방조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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