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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사세요.”
자녀 둘을 둔 이모씨는 최근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아이에게 이중 국적을 만들어주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아이의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권 국가의 국적을 따 두면 좋을 것이라는 권유였다. 메일에 소개된 인터넷 사이트를 클릭하자 이민 대행 회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됐다. 홈페이지에는 “국내 사정이나 개인 신상의 문제로 부득이하게 새로운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국적 취득 업무를 대행한다”는 회사 소개가 나와 있었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에는 2만8000달러(약 32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새로운 국적은 정치, 경제, 개인적인 문제를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합법적인 방법이라고 이 홈페이지는 밝혔다. 한국 국적법에서 이중 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홍콩의 합법적인 회사라고 밝힌 이 업체는 지금까지 대행해준 시민권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없었으며 고객의 정보는 100% 보장한다고 소개했다. 서류와 돈만 내면 국적을 따기 위해 제3국으로 출국할 필요도 없고 국적 취득이 끝나면 해당국의 주민등록증을 여권과 함께 보내준다고 했다.

업체 “이민법 변호사가 합법적으로 안내”

이씨는 한번 문의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홈페이지에는 해외 지사 전화번호가 나와 있을 뿐 한국 내 연락처는 없었다. 문의는 회원에 가입한 후 이메일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씨는 “원정 출산이나 조기 유학, 여권 위조는 봤어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국적을 살 수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원정 출산이나 조기 유학을 통해 취득한 이중 국적을 병역기피 등으로 악용하면서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돈을 받고 공공연히 새로운 국적 취득을 알선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특히 이 업체는 직접 외국으로 출국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앤 데다 채무 관계 등을 이유로 외국으로 도피하려는 사람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최소화했다. 홍콩·미국·영국·브라질 등 8개국에 본사·지사를 두고 있는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이중 국적을 불허하고 있는 한국에는 지사를 세울 수 없어 인터넷으로만 상담·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이 업체가 주선하는 국적은 미국·유럽 등이 아니라 중·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로, 유학이나 투자이민보다는 해외 도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탈출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홈페이지 하단에 실려 있는 동남아시아 지사 사무실 전화번호 2곳 중 1곳으로 연락을 하자 한국인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고객을 가장해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회사 직원은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제3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 이내에 국적을 선택해 한국 대사관에 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소멸되는데, 본인이 신고를 하지 않고 국적을 취득한 제3국에서 한국 대사관으로 통보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는 알 수가 없어 이중국적자로 남게 된다는 게 이 회사의 논리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알 수도 없지만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제3국적 취득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은 포기해도 되고, 이중 국적으로 유지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그는 “국적 선택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 소지자 150여명이 이 회사를 통해 제3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중미·남미 소재의 스페인어권 2개국, 영어권 1개국 등 3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밖으로 알려질 경우, 해당 국가 여권 소지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계약할 게 아니라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3개 국가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남미 모든 국가, 대다수 유럽 국가 등 많은 국가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어 한국보다 더 많은 나라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했다. 국적을 취득하는 데에는 90일 정도 걸린다. 선금으로 6000달러를 먼저 내고, 나중에 나머지 2만2000달러를 내면 된다. 한국에는 사무실이 없어 외국에 있는 은행으로 공탁을 한 후 일이 끝나면 회사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군대를 가야하는데 빨리 국적을 따야 한다”고 하자 그는 “원칙적으로 우리 회사는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 취득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 부탁한다. 국적 취득 이유를 유학으로 하면 되지 않겠냐”라고 하자 회사 관계자는 “알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나중에 다시 취득이 가능한지를 묻자 “상담자 대부분이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이라 한국 국적 재취득 문제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제3국가 국적을 포기하면 한국 국적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무 회피용 이중 국적은 사기죄”

또 다른 해외 지사로 연락을 하자 한국인 직원과 연결이 됐다.

이 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며 “우리는 여권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현지 시민권을 따 준다”고 강조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해당 국가가 외화 벌이 차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적을 쉽게 내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여권에 출국도장까지 찍어 (완벽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여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현지에 살지 않더라도 여권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신용이나 채무관계에 문제가 생긴 고객들이 많다”며 “상담하는 사람 중에는 형사 사건과 관련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3국적 취득시 장점’의 첫 번째 항목은 ‘세금 및 신용 등 재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한국을 떠나야 하면서도 한국을 왔다갔다해야 할 경우, 외국 여권을 사용하면 된다”며 “한국 정부에서는 새로 취득한 국적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불량자의 해외 도피나 채무 관계 청산,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 신청은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은 ‘합법적으로 국적 취득을 대행해주고 있음’을 강조하고, 이중 국적 허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업체의 이중 국적 취득 사업이 자칫 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일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단 한 가지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이중 국적 취득은 해당 국가에서도 불법일 것”이라며 “채무 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면 그만이라는 ‘모럴 헤저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처음부터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외국으로 도피할 목적으로 이중 국적을 취득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으며, 설령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에 정착한다고 해도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재산을 빼앗길 것을 우려,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홍콩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이민 대행 업체가 성행했었는데, 이 업체들이 한국·일본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에 3~4곳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중 국적을 알선하는 신종 수법으로 보인다”며 “해당 국가의 국적법과 이 회사 영업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현지에 직접 가지 않고 국적을 얻는다는 것은 일단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사의 수법대로 해당국에서 문제 없이 국적을 취득해 출국한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다”며 “하지만 외국 국적을 땄다고 해도 채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국의 이중국적 규정

제3국적 신고 안해도 처벌규정 없어

이중국적자란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두 나라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은 속지(屬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에 관계없이 일단 미국 국적을 주고 있다. 해외 이민 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외국 국적을 얻을 수도 있다. 지난해 현재 이중국적자는 2만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적법은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국민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외국 국적을 얻게 되면 한국 국적은 상실된다. 하지만 제3국적을 취득한 후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우리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출생과 동시에 외국 국적을 취득한 이중국적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여자는 만 20세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년 내에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도록 돼 있다.

남자는 병역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복잡하다. 만 18세가 된 한국 국적 남성은 병역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군대를 갔다 오거나 면제 판정을 받지 않으면 마음대로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병역 의무를 마치거나 면제받은 남자의 경우에만 2년 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으며,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도 한국 국적은 자동 상실된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전 가족이 영주권자이고 본인도 영주권자인 이중국적자에 대해서만 병역 면제 처분이 내려진다. 영주권이 없는 남자 이중국적자의 경우, 35세까지 병역 의무를 지니는 셈이 된다.

이중국적자는 병역 외에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이중국적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자국민 우선보호 정책에 따라 한국인들보다 먼저 다른 나라로 피신할 수 있는 등 신변 안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교육 특혜도 있다. 미국 시민권자가 미 대학에 진학하면 입학은 물론, 학자금 대출·등록금·장학금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국내 대학에 진학할 때는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을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의 한국 국적 취득은 법무부의 귀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이 귀화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고 ▲민법에 의해 성년이며 ▲품행이 단정하고 ▲생계유지 능력이 있고 ▲국어 능력 및 한국의 풍습을 이해하는 등 한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 귀화적격심사는 필기·면접심사로 이뤄지는데 필기시험은 초등학교 4~6학년 수준의 국어 독해와 우리나라의 역사·문화·풍습을 테스트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프로축구선수 신의손(사리체프·FC서울)과 이성남(데니스·일화)이 이같은 순서를 거쳐 한국으로 귀화했다.

부모가 과거 한국 사람이었거나 부모 또는 배우자가 현재 한국 사람이거나, 출생지가 우리나라인 경우 귀화 요건을 완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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