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아 너를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

by 인선호 posted Jun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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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절규…金씨 시신 빈소에 안치

7월로 예정된 아버지 칠순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김선일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고향땅 부산을 밟았다.
김씨의 시신은 26일 오전 8시26분(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출발한지 9시간만인 오후 5시25분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유해가 담긴 컨테이너는 세관 당국의 협조를 받아 화물 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검역 등 통관절차를 밟았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부산에서 상경한 고인의 여동생 정숙(33)씨와 사촌형 진학씨 등이 유족 대표로 김씨의 시신을 맞이했다. 고인의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 등은 닷새째 탈진해 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안 좋아 상경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공항에서 김씨 유해 도착을 기다리던 정부 관계자들을 잠시 만난 자리에서 ‘AP통신 기자와의 통화 물의’ 등을 거론하며 정부측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동편 9번 탑승구 앞 계류장에서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김씨 유족들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식 추모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의 묵념이 끝난 뒤 김씨 유해는 경찰 의장대의 인솔 하에 운구차에 실려 군 수송기로 옮겨진 후 오후 6시25분쯤 인천공항을 출발, 오후 7시25분쯤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김선일씨의 유해는 이날 오후 8시 32분쯤 부모와 친지 등의 오열 속에 빈소인 부산의료원에 도착했으며, 안치실에서 진학씨 등 남자 가족 2명이 입회한 가운데 부산지검 공안부 최윤수 검사의 지휘로 의사의 검안 및 시신확인 절차를 거친 후 안치됐다.

시신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안치실 밖에 있던 유족들은 “선일아 너를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라며 흐느꼈다. 이후 분향소에서는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 주도로 입관예배가 진행됐다.

이날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 입구에서 장례식장 건물에 이르기까지 300m에 걸쳐 부산시민 700여명이 나와 운구행렬을 지켜보는 등 추모분위기를 이뤘다.

한편 26일 오후 8시35분쯤 김씨 운구행렬이 부산의료원 안에 들어온 뒤 장례식장 건물 입구에 다가서는 순간 ‘이라크 파병반대 부산시민평화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 600여명(경찰 추산)이 기습적으로 장례식장 입구에 몰려 “이라크 추가 파병을 철회하라” “선일이를 살려내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하는 바람에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때문에 김씨의 유해와 영정이 20분 가량 들어오지 못 하고 건물 밖에 머물러 있었으며 유족과 교회 관계자, 부산시청 공무원 등 장례위원들도 한동안 장례식장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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