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들의 ‘구직기원’ 파티

by Khadija posted Feb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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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듣기 싫은말 “취직했니?”
80여명 한자리 “올핸 꼭 취업” 건배

“우리는 일하고 싶다!”

28일 오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카페 ‘몽환’. 카페를 가득 메운 청년 50여명이 소주와 매실즙을 섞은 ‘취업기원주(酒)’를 만들어 구직의 염원을 담아 이 같은 구호로 건배했다. 이날 행사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이사장 강원룡)과 청년실업자 모임 ‘전국백수연대’가 같이 모여 연 ‘취업기원 백수탈출 졸업파티’.

20대 미취업 졸업생 80여명이 모여 오랜만에 취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연극, 힙합 공연, 퀴즈대회 등을 통해 구직의 의지를 다졌다. 이모(27)씨는 “여기 와보니 나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한영애씨는 ‘문명과 사회에 얽매이지 말고 눈앞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입구 벽에는 커다랗게 ‘하얀 손(白手)’ 그림이 붙었고, 취업상담가를 초청, 구직 상담을 갖는 행사도 있었다. 역술가들이 생년월일 등을 토대로 취업운을 점쳐 주는 시간도 가졌다. 27세라고만 밝힌 한 참가자는 “2년 전 제대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취직이 된다는 점괘를 듣고 나니 진짜 올해는 취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중간 ‘백수 퀴즈대회’에서는 ‘백수들이 듣기 싫어하는 인사말은?’ ‘백수가 받기 싫어하는 선물은?’ 등 백수 관련 퀴즈를 맞힌 정답자들에게 상품권을 나눠주기도 했다. 백수가 싫어하는 인사말이 “취직했니?”라고 답해 정답을 맞힌 한 참가자는 “나 자신이 백수인데 그걸 모르겠나”라며 멋쩍게 웃었다.

박혜진(24·서강대 졸)씨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단지 기회가 오지 않은 것뿐”이라며 “작년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공사(公社)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실업극복국민재단 최관묵(37) 팀장은 “행사 참가 청년 실업자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 앞으로 구인구직자를 이어주는 잡파티(job-party), 심포지엄, 세미나 등 다양한 청년실업극복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신용회복연대 소속 회원 30여명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신용회복법 제정과 불법채권추심근절’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모래주머니로 국회의사당 그림이 그려진 박을 터뜨려 신용회복법 제정을 기원한 뒤 주민등록증을 모방한 ‘신불등록증’을 풍선에 달아 국회로 날려 보냈다. 참가자들은 “빚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같은 처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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