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행실 너무 악랄'' 왕따 동영상 공개 충격

by 김수훈 posted Feb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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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자랑삼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해 충격을 주고 있다.디지털카메라 사이트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에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을 여러명이 괴롭히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왔다.

1.2편으로 나뉘어져 총 16분 길이의 동영상에서 5∼6명의 학생들은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 피해자 A(16)군을 둘러싸고 손으로 머리를 치고 귀를 잡아당기는가 하면 A군의 가방을 뺏고 의자로 A군의 책상을 치는 등 A군을 괴롭혔다.

이들은 ''하지 말라''는 A군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X나 웃긴다 저 XX'' 등의 욕설, 비웃음과 함께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으로 A군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열심히 찍었으며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을 그냥 지켜봤다.

''카메라를 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린 경남 창원시 모 중학교 B(16)군은 "이번 영화제 영화감독상을 노려보겠으니 즐감(즐겁게 감상)해주세요"라고 소개하면서 동영상에도 자막으로 자신과 피해자 A군, 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밝혔다.

이를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 중학교 홈페이지와 B군의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몰려들어 1천여건 이상의 비난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커지자 디씨인사이드와 해당 중학교는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고 B군도 홈페이지에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드린 것을 사과드린다''는 사과문과 함께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그러나 A군의 가족은 A군이 이전부터 왕따로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며 B군 등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A군의 아버지(50)는 "작년 여름 졸업여행을 갔을 때도 B군이 주동해서 여럿이서 아들을 밤새 잠도 못 자게 괴롭힌 적이 있다"며 "훈계 정도로 넘어가면 이런 일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도 "둘을 불러 조사해본 결과 A군이 괴로움을 많이 느낀 것이 사실이며 장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 일에 교사들도 충격을 받았으며 학교에 서 지도가 충분치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군의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평소에 A군과 매우 친한 사이로 졸업을 앞두고 추억만들기 비슷하게 철없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하더라"며 "호기심에 찍은것인데 큰 일이 됐다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따 피해학생 아버지 인터뷰

중학생들이 반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을 담은 ''왕따 가학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 A군의 아버지(50)는 "작년 여름 졸업여행을갔을 때도 B군이 주동해서 아들을 밤새 잠도 못자게 괴롭히는 등 이전부터 계속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이들 행실치고는 너무 악랄해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며 "훈계 정도로 넘어가면 이런 일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뼈 저리게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됐나
▲14일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처음 알았다.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못찾아 아직 못봤고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남긴 글만 읽었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다.

--B군은 ''별 생각없이 장난삼아 했다''고 하는데
▲같은 반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것이 장난이냐. 그리고 이전부터 B군 등 두세명이 아들을 계속 괴롭혀 왔다.

--어떤 일을 당했나.
▲지난해 여름께 졸업여행을 갔는데 B군이 주도해서 여러 명이 둘러싸고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괴롭혀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하더라.

그 뒤로 학교에도 가기 싫다고 자꾸 빠지고 해서 캐물었더니 졸업여행때 일을 얘기했다. 이렇게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머리를 때리고 여럿이서 카메라폰으로 찍으면서 난리를 치고... 하지만 아들이 말을 워낙 안하려고 한다.

--아들이 이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겪었다고 하는데
▲아들이 내성적이고 순하다. 지난해 초 창원으로 전학오기 전까지 다니던 중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다. 아들이 3∼4명에게 얻어맞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파출소도 3번이나 갔다왔다.

--지금 심경이?
▲아이들 행실치고는 너무 악랄하다. 괴롭힌 것도 그렇지만 동영상을 올린 의도가 재미로 올린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이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이 다 보게 만들다니...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일단 경찰에 신고하겠다.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 사과만 받고 넘어갈지 형사 처벌까지 갈지는 경찰에서 판단할 문제다. 예전의 경험을 봤을때 훈계하는 정도로 어가면 재발하더라. 남을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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