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 여대생 "고맙지만…"

by 인선호 posted Jan 28,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판매점에서 먹을거리를 훔치다 경찰에 잡혔던 ‘여대생 장발장’ 김모씨(29)가 주위의 관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모씨는 24일 오후 10시30분 서울 사당동 모 편의점에 들어가 핫도그,우유 등 6,000원어치를 들고 나오려다 붙잡혀 경찰에 넘겨져 불구속 입건됐다. 배가 고파 순간적으로 먹을 것을 훔치려 했다는 김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녀를 조사했던 방배경찰서로 문의가 쇄도했다. ‘돕고 싶다’,‘취직자리를 알아봐주겠다’ 등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담당형사에게 걸려왔다.

하지만 김씨는 머물고 있는 고시원까지 기자들이 찾아오는 등 관심을 받자 담당형사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하는 등 부담스러워했다. 김씨는 담당형사에게 “친구나 친척들이 혹시 너냐고 묻는다”며 “도둑질은 잘못된 일이다. 반성해야 할일을 너무 미화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고시원에 머물고 있지만 주위의 온정은 뿌리치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대학에 다니던 김씨는 2002년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고시원에 기거하며 학습지 교사생활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막막했다. 이번 설에 집에 내려갔지만 부모는 빚쟁이에 쫓겨 집을 나갔고 동생들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24일 서울로 올라온 김씨는 하루종일 뻥튀기만 먹으며 지내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방배서 담당형사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려 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관심을 줄여주는 게 여학생을 돕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