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MBA


logo

 
banner1
포토뉴스
연재/컬럼


아빠찾아 백리길

제일 따뜻해 보이는 옷을 몇겹 겹쳐 입고, 운동화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TV에서는 날씨가 영하 17도라는데 서울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은 아빠를 꼭 보고 싶다.

생계형 범죄로 서울 구로동 남부경찰서에 잡혀간 아버지를 찾아 ''백리길''을 걸어간 김민규(13·가명)와 동생 민식군(11·가명). 형제는 22일 설날 아침 경기도 안양 만안1동 집을 나섰다. 이웃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따뜻한 떡국을 먹고 있었지만 형제는 아침도 거른 채 유치장에서 떨고 있을 ''아빠''를 찾아나섰다.

그날 아침은 올겨울 들어 최고로 추운 날이었고 눈까지 내려 길은 미끄러웠지만 형제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북쪽으로 북쪽으로 작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춥고 배고프지?" "괜찮아, 형." 형은 잘 따라와 주는 동생이 대견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버지가 갇혀 있을 남부경찰서가 보였다. 문을 빼꼼히 열고 두리번거리는 형제가 전중익 조사반장(41·경위)의 눈에 띄었다. 추위에 얼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전반장이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형 민규는 "아빠 면회하러 아침에 안양 집에서 걸어서 왔어요"라며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3시쯤. 안양 집에서 남부경찰서까지 무려 30㎞에 가까운 거리를 걸어온 것이다.

아버지 김모씨(59)는 설날을 며칠 앞두고 모 할인점 매장에서 아이들에게 입힐 옷가지를 훔친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그러나 21일 저녁 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영등포구치소로 넘어가는 바람에 형제는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두 어린이를 보다 못한 전반장이 뭐 좀 사먹고 차비나 하라고 4,000원을 건네줬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전반장은 자신이 다니는 만민교회 박재우 집사한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했다. 박집사는 그날 저녁 아이들이 사는 연립주택을 찾아 나섰다.

무서워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애들을 설득해 집에 들어간 그는 깜짝 놀랐다. 쌀도 떨어진 데다 수도계량기가 동파돼 물도 나오지 않았다. 가스레인지마저 고장나 라면도 끓여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8년 전 김씨와 이혼했다고 한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형제는 김씨가 구속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을 굶다시피 했다는 것. 전반장이 준 돈에서 차비 등으로 쓰고 남은 1,000원으로 새우깡을 사먹어 행복했다고 한다.

전반장은 "아버지가 생계형 범죄지만 예전에도 물건을 훔친 전력이 있어 몇개월 정도 실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에 형제가 꿋꿋하게 견뎌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양시에 있는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 민규는 올해 중학생이 되고 동생 민식이는 5학년에 올라간다.

door.jpg
?

  1. No Image

    죽은 애완동물 화장 급증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죽은 애완동물의 사체를 그냥 버리지 않고 화장(火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일 대구장묘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대구화...
    Views906
    Read More
  2. 초등생 2명 16일 만에 숨진 채 발견

    집 앞에서 놀다 실종된 초등학생 2명이 16일 만에 집에서 2.5㎞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0일 오전 11시29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23의 1 부천 ...
    Views663
    Read More
  3. No Image

    탈북자들 ''인터넷방송국'' 4월 개국

    인권문제 등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이 탈북자들에 의해 설립돼 오는 4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탈북자 단체인 백두한라회 김성민 회...
    Views655
    Read More
  4. No Image

    20대 7명과 성관계후 집까지 턴 여중생

    여중생들이 성인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뒤, 상대 남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절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9일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20대...
    Views1006
    Read More
  5. No Image

    ‘無통장 시대’ 눈앞에

    카드 한 장으로 예금·대출·증권 등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무통장 시대’가 곧 열린다. 국민은행은 1장의 집적회로(IC)카드로 예금·대출·증권거래 등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
    Views921
    Read More
  6. No Image

    [부동산] 재건축 아파트값 두 흐름

    조합원 명의변경 제한 뒤 1.18% 하락사전 인가로 변경가능 단지는 0.74% 상승지난해 12월31일부터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이 제한되면서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와...
    Views746
    Read More
  7. 장발장 여대생 "고맙지만…"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판매점에서 먹을거리를 훔치다 경찰에 잡혔던 ‘여대생 장발장’ 김모씨(29)가 주위의 관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모씨는 24일 오후 10시30분 서...
    Views1044
    Read More
  8. 초등생 두 형제의 ''눈물의 설날''

    아빠찾아 백리길 제일 따뜻해 보이는 옷을 몇겹 겹쳐 입고, 운동화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TV에서는 날씨가 영하 17도라는데 서울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은 아...
    Views830
    Read More
  9. No Image

    비리에 무너진 ''33년 金의 왕국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던 27일 서울지법에는 10명 정도의 건장한 청년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자칭 전 태권도 국가대표. 이들은 ...
    Views864
    Read More
  10. No Image

    18년만에 갚은 아들 병원비

    아들 병원비가 없어 도망쳤던 40대 여자가 18년만에 병원비를 지각 납부해 화제다. 설을 앞둔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주약동 소재 제일병원(병원장 정회교) 원무과에 이모씨...
    Views1371
    Read More
  11. `긴급수배''..바늘 8개 먹은 사나이

    "사람을 찾습니다"지난달말 서울 K병원 응급실에 남루한 차림의 안모(49.경기도 남양주시)씨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찾아왔다. 병원측이 안씨의 복부를 X-레이로 촬...
    Views919
    Read More
  12. No Image

    ‘정치가 뭐기에…’ 이재정, 신부서 피의자로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60)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당 안팎 인사들은 “도대체 정치가 뭐기에…”라고 탄식했다. 존경받는 성직자 신분에서 정치판에 뛰어든 뒤 ...
    Views81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59 360 361 362 363 364 365 366 367 368 ... 390 Next
/ 390
상호명 : 투데이닷컴(웹)/한인투데이(일간지) / 대표자 : 인선호 / E-Mail : hanintodaybr@gmail.com/webmaster@hanintoday.com.br
소재지 : R. Jose Paulino, 226번지 D동 401호 - 01120-000 - 봉헤찌로 - 상파울로 - 브라질 / 전화 : 55+(11)3331-3878/99721-7457
브라질투데이닷컴은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정식 등록사입니다. Copyright ⓒ 2003 - 2018 HANINTODA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