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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병원비가 없어 도망쳤던 40대 여자가 18년만에 병원비를 지각 납부해 화제다.

설을 앞둔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주약동 소재 제일병원(병원장 정회교) 원무과에 이모씨(46. 여)가 ''밀린 병원비 21만원''이라고 적힌 돈 봉투를 접수했다.

병원측은 깜짝 놀라 돈봉투를 건낸 이유를 묻자 그 여자는 "단지 심부름을 왔다"며 말꼬리를 흐렸고 병원측은 이씨가 말하는 이씨 아들의 병원 진료카드를 찾았으나 이미 폐기처분된 상태였다.

병원측에서 이씨에게 자초지정을 묻자 이씨는 담담하게 당시 사정을 털어놓았다. 사연인 즉, 지난 86년 당시 4살이던 아들 최모(22세)군이 엄마가 일하던 식당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식탁위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제일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그러나 이씨는 남편이 백혈병에 걸려 수년째 항암치료를 받아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당시로서 적지 않은 병원비 21만원 마련은 엄두도 못낼 처지였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도망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늘 병원측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오던 차에 이젠 아들도 장성해 군에 입대했고 가정 형편도 다소 나아져 이제서야 병원비를 갚게됐다"며 "최근 사찰을 찾아 스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의 처지를 듣던 스님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병원비를 갚아라''는 말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미안한 마음에 내년부터는 병원에 매달 30만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제일병원 정회교 병원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감사하는 마음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어 흐뭇하다"며 "기록이 없어 용도가 불분명해진 ''21만원''은 병원 수입으로 잡지 않고 직원 복리후생차원에서 장학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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