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24일 오후부터 시작되고, 사흘째 중단됐던 현금서비스도 이날 오후 재개됐다. 그러나 LG카드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정부와 LG카드측은 외국 투자가 등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LG카드의 8개 채권은행단은 LG카드와의 실무 협의와 행내 의결 절차 등 세부 절차를 거친 뒤 오후 4시부터 은행별로 한도여신(마이너스대출)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이날 오후 4시10분부터 하나·외환·한미·제일은행 등 4개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시작으로 현금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날 LG카드와 외환카드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카드주(株)가 동반 급락하고 환율·금리가 오르는 등 LG카드 문제가 금융시장 불안 재료로 작용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2조원의 자금지원으로는 문제의 일시 진화에 불과하다는 시장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3자 매각하겠다”

LG카드 이종석(李鍾奭) 사장은 이날 투신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 “외자(外資)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며 경영권을 (외국 자본에) 넘기거나 공동경영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전업카드사로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LG카드를 당분간 지원해서 유지하다가 새 주인이 인수해 현금 집어놓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최선 아니겠느냐”면서 “관심 있는 곳이 많지만 은행이 (경영을) 맡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손해보험사와 투신회사들은 이날 각각 임원회의와 사장단 회의를 갖고 LG카드 채권의 만기 연장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투신사들은 개인고객이 펀드 환매(還買·펀드 자금 인출)를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할 수밖에 없어 100% 만기 연장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LG카드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 이후에도 고객의 LG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마트·삼성테스코 등 주요 할인점과 CJ·LG·우리홈쇼핑 등도 같은 뜻을 밝혔다.


◆카드문제 끝나지 않았다

채권단은 곧 LG카드에 자금관리단을 파견, 자금과 담보물 관리에 착수키로 했다. 채권단은 또 LG그룹이 제공한 담보가치가 대출금 2조원의 130%에 미달할 경우 추가담보를 받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조만간 카드채 시장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자산이 부실화하고 유동성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규정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카드가 일단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카드대란(大亂)’ 가능성이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기 부진 속에 신용카드 연체율이 개선되지 않아 부실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LG카드가 추진 중인 1조원의 증자나 제2금융권의 채권 만기 연장 협조 등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세종증권 김욱래 애널리스트는 “신용카드사 문제는 일시적 유동성(현금흐름) 부족 문제가 아니고 경제 구조적 문제”라면서 “(LG카드가) 채권단 자금지원을 받는다 해도 일시 위기에서 벗어날 뿐 위험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