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들 "목숨 내놓고 전투"

by 인선호 posted Nov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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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시위가 다시 거리를 휩쓸고 있다. 화염병의 불길이 솟구치고, 각목과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불에 탄 채 시커멓게 뼈대만 남은 전경 버스들은 날마다 마주치는 풍경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외국투자가들은 이 땅을 떠나려 하고 국가신인도는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밤 9시30분 전북 부안군청 앞. 위도 원전관리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만여명이 화염병 수백개를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 앞줄에 선 한 30대 남자가 원형의 전기톱날을 쇠파이프에 용접해 전경들에게 휘둘렀다.

전경들이 한발 물러서자, 시위대 다른 편에서 LP가스통에 불을 붙여 굴렸다. LP가스통이 폭발해 주변상가의 유리창이 깨졌다. 부상당한 전경을 앰뷸런스에 싣는 순간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차를 세우고 응급요원을 때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위가 전쟁터를 방불할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올해 11월 20일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화염병 시위는 9건, 투척된 화염병 수는 1040여개다. 이는 작년 한해 동안의 화염병 시위 8회(화염병 457개)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각목과 죽창, 쇠파이프, 공구용 너트를 총알로 삼은 ‘새총’이 등장한 시위도 18회로 작년 한해(12회)보다 50%나 많았다.

공권력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부상 전경수가 작년보다 70% 늘었으며, 특히 중상자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시위과정에서 파손된 경찰장비는 10월까지 1741건으로 작년 한해(273건)의 6배가 넘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와 종로 등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만 경찰버스가 21대나 파손됐다. 연일 이어지는 시위 진압은 민생치안이나 방범보다 경찰의 우선 업무가 됐다. 지난달까지 서울에서는 연인원 67만여명이 각종 시위에 동원됐다.

경찰은 뒤늦게 이런 폭력 시위에 계속 밀리지 않으려면 다시 최루탄을 쏴야 되지 않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98년 9월 경찰은 ‘무최루탄 원칙’을 선언했다. 그 뒤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이 사라지는 등 ‘과격시위를 자제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화염병 시위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는 법과 원칙을 지켰을 때만 보장되는 것”이라며 “법과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새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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