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마당’ 호화 혼수 관련 방송 논란

by 인선호 posted Nov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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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KBS ‘아침마당’이 호화 혼수 문제를 다루면서 ‘며느리에게 높은 혼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일부 출연자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했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아침마당’ 인터넷 게시판(http://www.kbs.co.kr/1tv/amplaza/bbs.shtml)에는 250여건의 시청자 항의 글이 올라왔으며 ‘지난방송 다시보기’도 평소보다 많은 13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출연자는 시어머니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시청자 패널 양모 주부.

양모 주부는 “나도 중학생인 아들이 하나 있는데 호화 혼수는 아들을 잘 키운 당연한 댓가” 라며 “아들을 장가보낼 때 집은 32평 정도로 마련할 계획이니 예단은 5000만원 정도는 받아야 겠다. 만약 아들이 형편이 안되는 며느리를 데려 온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 이순옥씨는 “결혼하는 아들에게 새로 마련해 주는 집이 32평은 되야 한다면 평생 돈모아 24평도 못사는 사람들은 뭔가. 방송 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아줌마’라는 네티즌은 “허례 혼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자는 취지의 방송 맞느냐”며 “생방송 특성상 인터뷰 할 분을 미리 선정해 놓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양모 주부를 그대로 내보냈단 말인가. 이제 겨우 중학생 아들을 둔 아줌마가 어떻게 그리 당당히 5000만원의 예물 운운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jnam7777''이라는 네티즌은 “아들을 돈에 파는 것인지 며느리를 돈으로 사는 건지… ."라며 "공영방송인만큼 출연자 선정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패널로 출연한 중견 탤런트 전원주씨는 “아들만 둘이다 보니 시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사돈 어른이 이 방송 보시면 어쩔까 몰라도 이불 한 채를 해와도 포근해야 하는데 무거운 이불을 해와 정말 덮을 때마다 화가 나더라.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연극인 윤문식씨 역시 “시댁에서 예물을 아무것도 해오지 말란다고 정말 안 해가는 사람도 욕먹을 짓을 했다. 어느정도 해주는 것도 예의고 문화다”고 말해 ''며느리 시청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시청자 이영희씨는 “결혼전 시아버님이 ‘죽을때까지 덮고 잘 이불과 옷가지가 잔뜩 있는데 예단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씀하셔서 정말 아무 것도 안 해갔다”며 “그래도 14년째 시할머님과 시부모님 잘 모시고 오순도순 살고 있다. 윤문식씨는 아무것도 안 해가지고 시집온 나 같은 며느리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분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며느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온 탤런트 정경순씨는 “여러 말씀을 들으니 예물을 해가지 않은 제가 무척 잘못한 것으로 느껴진다”며 “하지만 아무것도 해오지 말라는 시어머님의 따뜻한 마음을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성우 송도순씨는 “며느리에게 바라는 것은 좋지 않다. 왜 바라나”라며 “시어머니들이 아들 뺏긴 심정에 서운해 그럴지 모르나 한 십년 지나면 며느리의 마음도 친정에서 시댁으로 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아침마당’ 담당 PD는 “시청자들의 항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해 달라”며 “방송중에 인용한 앙케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호화 예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작진은 프로그램 중간에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예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20-30대는 70%, 40-50대에선 57% ’였다며 일반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으나 일부 패널들의 돌출 발언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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