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강타] 폭격당한듯한 부산항 현장

by 인선호 posted Sep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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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무너뜨린 칼바람…40m크레인 8개 ''폭삭''

13일 오전 부산 남구 감만동 부산항 신감만 컨테이너부두. 맑게 갠 하늘 아래 모두 7기의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중 6기가 폭격이라도 당한 듯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1000여개의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는 장치장에 나뒹굴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40여m 높이에 무게만 900여t에 달하는 이 대형 크레인들은 무수한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고 내려온 ‘거인 부산항’의 무쇠 팔뚝들이었다. 그러나 전날 오후 9시5분쯤 태풍 ‘매미’가 몰고온 초속 40m가 넘는 강풍으로 가장 동쪽에 있던 제6호 크레인이 인접해 있던 5호를 덮치며 무너져내렸고 각 30~40m 간격으로 세워진 4호가 3호를, 2호가 1호를 각각 덮치며 불과 5분여 만에 6기의 크레인들이 주저앉았다.

태풍피해에 대비한 비상 근무 중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부두운영사 직원은 “그 거대한 크레인들이 비바람 소리에 묻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무력하게 쓰러져 갔다”며 참담해 했다. 이날 부두 사무실에는 화주들과 관계 기관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직원들은 초유의 부두 마비사태에 선적·하역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이 크레인들의 1대당 시가는 40억~45억원. 부두운영사측은 크레인 자체 피해액만 240억~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대의 크레인을 철거하고 지반에 대한 토목 점검을 마치는 데만 한달 이상이, 부두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두 기능 마비로 인한 잠재적 피해까지 감안한다면 최종 피해액수는 신감만 부두에서만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성대 컨테이너부두에서도 크레인 12기 중 2기가 무너지고, 3기는 궤도를 이탈해 당분간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선대·감만·우암 등 부산항 8개 주요 컨테이너부두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은 모두 48기. 이번 태풍으로 그중 20%가 넘는 11기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고, 이 크레인들을 다시 신규 주문할 경우 제작에만 10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부두가 부산항 전체에서 담당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체의 25%에 달하고 있다.

신감만 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신감만과 자성대의 크레인들이 태풍이 몰고온 강풍을 측면부에서 직접적으로 받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선적·하역 일정이 잡힌 화물들은 인근 부두로 옮겨 우선적으로 처리하겠지만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이어 당분간 컨테이너 처리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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