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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날 기회를 드립니다.’

지난 주말 한 TV홈쇼핑에서 판매한 ‘캐나다 이민’ 상품에선 쇼 호스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80분 동안 1000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홈쇼핑 콜센터로는 방송이 끝나고 닷새가 지나도록 문의가 계속되자 4일밤에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신청자 중 한 명인 A씨. 그는 자신이 “36세의 대기업 계열사 말년 대리”라고 밝혔다. “동기들보다 승진이 좀 늦었는데, 과연 내가 45세까지 이 직장에서 버틴들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신청자 B씨(37).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란 우스갯소리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섬뜩해지더라구요. 캐나다 정착이 비교적 쉬운 기술이민을 신청, 자동차 정비 학원에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청자 중에는 30대 이민 신청자가 절반이 넘었다.

과연 무엇이 이땅의 30대 샐러리맨들을 해외 이민대열로 내모는 것일까. 나날이 뛰는 집값, 정상적인 직장인 월급으로는 빠듯한 사교육비 부담…. 저마다 이민을 신청한 이유는 달랐겠지만, 한국은 30대들이 10년 뒤 자신의 모습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나라’일 뿐이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속마음은 남에게 쉽게 밝힐 만한 일에 속하지 않는다. 대부분 은밀하게 떠나는 방법을 알아보다 보니 이민 시장도 음성적으로 커왔다. 하지만 이날 밤 홈쇼핑 콜센터로 폭주한 전화는 ‘(이땅을) 떠나고 싶다’는 집단적 욕망이 더이상 쉬쉬하며 숨길 수만은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홈쇼핑을 통해 음성화돼 있던 이민 시장에 가격이 매겨지고 양성화의 길이 트인 것은 다행이지만, 숨겨져 있는 게 더 좋았을 우리 속 치부(恥部)가 드러나게 된 것은 아닌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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