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파문] 현찰 200억 전달 ''007 작전''

by 운영자 posted Aug 14,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50여개 박스 차에 싣고 압구정동 으슥한 곳서 4차례 극비리 접선


현대가 비자금 200억원을 김영완(金榮浣)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측은 200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조성한 뒤 2000년 3월 전후 50여개의 사과상자 크기의 박스(1박스당 3억~4억원)에 나눠 담아 서울 압구정동 일대의 ‘접선 장소’로 옮겼으며 김영완씨측은 이 돈을 밴과 승용차 등을 동원해 극비리에 넘겨받았다.


검찰은 현대측이 200억원을 4차례에 걸쳐 날랐으며, 돈 상자를 김씨측에 넘긴 장소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뒤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근 주차장, 청담고등학교 부근 이면도로 등 3곳이라고 밝혔다.


돈을 운반한 사람은 검찰에서 “차 공간과 시트, 조수석에 돈박스를 하도 싣다보니 교통사고라도 나면 (박스가) 터지기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현금 200억원(1만원권 200만장)은 무게로 환산하면 2t, 일렬로 나열하면 322㎞에 이르는 분량이다.


현대는 현대상선을 통해 돈을 마련한 뒤 서울 무교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현대택배를 통해 김씨와의 접선 장소로 운반했다.


돈 상자를 운반한 현대택배 직원은 검찰 조사 등에서 “현대상선 고위층의 지시로 수십 개의 상자를 인적이 뜸한 갤러리아 백화점 뒤편으로 날랐다”며 “6인승 밴을 몰고온 낯선 사람들에게 그 상자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직원은 또 “현대상선 고위 인사가 동행해 박스 전달을 직접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현대택배 직원이 운반한 박스에 비자금이 담겼다는 정황은 김영완씨 운전기사의 진술을 거치면 더욱 뚜렷해진다.



▲ 현대 비자금 흐름도 (검찰조사 내용 및 당사자 주장)



김씨의 전 운전기사는 검찰조사 등에서 “당시 김 회장(김영완씨) 부인의 지시로 갤러리아 백화점 뒤편으로 갔더니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대기 중이던 승합차에 있던 박스를 몰고간 승합차(밴)에 옮겨 실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상자들을 김씨 자택의 지하방으로 옮겨졌다.


김씨 운전사는 또 “박스가 굉장히 무거워 운반하는 데 어깨가 아팠다. 현금 또는 달러가 들었을 것으로 생각돼 그냥 차를 몰고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씨는 집으로 옮긴 박스들을 직접 해체한 뒤, 빈 박스와 테이프는 태우거나 쓰레기통에 버려 흔적을 철저하게 없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김영완씨가 권 전 고문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을 수사 중”이라며 “김씨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저녁 무렵 인적이 뜸한 압구정동 뒤편 이면도로를 접선 장소로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