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오모(여·32·서울 노원구 상계5동)씨는 작년 8월 친구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다가 실수로 다른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남자(28)는 “잘못 걸었다”는 오씨의 말에 곧 전화를 끊었으나 이후 자신의 핸드폰에 찍힌 오씨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오면서 사단이 벌어지게 됐다. 그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이끌린 오씨는 남자를 만났으나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의 만남뒤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씨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계속해서 “만나달라”고 요구했고 급기야는 오씨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찾아오는 등 귀찮게 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씨가 계속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남자는 작년 9월에는 출근하는 오씨를 납치해 차에 태우고 충북 진천으로 끌고가 여관에서 성폭행을 했다.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 사람이 무서워 신고도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연락을 안했더니 제가 혼자 사는 집에까지 들어와 위협했습니다.”
남자는 혼자 자취하는 오씨가 집을 비운 새 창문을 뜯고 몰래 들어와 집 안에 숨어있다가 오씨가 들어오면 과도를 들고 불쑥 나타나 “너 죽고 나 죽자”며 협박하기도 했고, 오씨가 잠든 새벽에 집으로 숨어들어와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아침에 잠에서 깬 오씨가 화장실 문을 열자 칼을 들이대며 “죽여버리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스토킹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도 옮기고 핸드폰도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어떻게 알아냈는지 다시 내 앞에 나타나 납치해서 몇 시간이고 끌고 다니곤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오씨는 마침내 지난 6월 13일 성폭력 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했고 상담소측은 오씨에게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서울 노원 경찰서는 4일 오씨에 대한 스토킹 및 성폭행 혐의로 이모(무직·충북 진천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오씨를 너무나도 사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