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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고(故)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 이후 석 달 가까이 흐른 지난 24일 오후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를 찾았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서정제(徐正濟·58) 교장은 멀리서 손님이 왔다며 냉장고에서 박카스 한 병을 직접 꺼내왔다. 5분후 윤웅섭(尹雄燮·53) 교감이 1회용 종이컵에 따른 커피 한 잔을 직접 들고 왔다.

“차(茶) 접대에 대해 예민해지셨나 봐요?”

“그냥 손이 비는 사람이 대접을 해요. 어떤 날은 행정실장이, 어떤 날은 여교사가, 또 어떤날은 제가 직접 하기도 해요.”


서 교장은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고 수북이 쌓인 1회용 종이컵과 커피믹스를 한 움큼 들어 보였다. 교무실 입구 한 귀퉁이에는 커피 자판기 한 대가 서 있었다.


대학(공주교대) 후배인 고(故) 서 교장의 뒤를 이어 지난 4월 16일 부임한 서 교장은 학교 운동장을 함께 돌며,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돌을 쌓아 새단장한 화단을 보여줬다. 교사(校舍) 내벽도 칙칙한 회색을 산뜻한 아이보리색으로 바꿨다고 했다.


학교 구성원에도 변화가 있었다. 교장·교감은 물론, 기간제 교사 2명과 군에서 막 제대한 짧은 머리 교사까지 전체 교사 중 절반이 새 식구다. 그동안 세 차례 교사 단합대회를 가졌다. 건축 박물관도 방문하고, 인근 서해바다 주꾸미 축제도 다녀왔다. 더 이상의 갈등을 생각하기 싫었는지 말 많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도 일찌감치 정리했다. 전체 8명의 교사 가운데 전교조 교사는 3명. 그러나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NEIS를 시행 중이다. 새로 부임한 기간제 여교사는 “처음엔 분위기가 무거웠지만 요즘은 그냥 평범한 시골 학교”라고 했다.


학부모·동문·교육청 등의 응원도 줄을 이었다. 지난 1일 학교 운동회에는 전교생 69명은 물론 동문 400여명과 가족 등 총 700여명이 참가해 좁은 시골학교 운동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는 전체 43가구 중 40가구가 참여했다. 충남 교육감은 전교생에게 크레파스 세트를, 교사들에겐 ‘옛 기억을 말끔히 씻자’는 뜻으로 비누세트를 전달했다. 김정도 전 학교운영위원장은 “어떤 학년은 담임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등 아이들이 제일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그런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처’의 흔적도 곳곳에 묻어났다. 한 학부모는 학교 근황을 묻자 “학교에 또 무슨 일 있느냐”며 놀랐다. 고(故) 서 교장 가족과 전교조 충남지부는 아예 말문을 닫았다. 전(前) 기간제 교사 진모씨의 아버지는 “지난 몇 달간 딸이 전화를 걸어 간혹 눈물을 흘릴 때는 속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진씨는 현재 서울에서 학원과 도서관을 오가며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前) 교감은 충남 당진에서, 학부모들의 요구로 전근된 두 전교조 교사는 각각 충남 보령과 서산의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들 잘 적응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고(故) 서 교장 자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학부모·유가족과 전교조 충남지부 간 제기된 소송도, 진씨가 여성부에 제기한 성차별 관련 진정도, 어느 하나 결론이 나거나 취하되지 않은 채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첫 부임 인사를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학교가 아닌 교회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내가 새로 온 교장’이라고 말했어요. 그 다음엔 마을회관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을 찾아갔고….”


요즘은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많이 돌아왔다는 서 교장은 “더 이상 학교에서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모두가 학생들을 위해 있는 똑같은 교사일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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