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A씨가 신랑 B씨를 만난 것은 작년 11월 모 결혼소개소를 통해서였다. A씨는 신학대를 나와 다단계 판매회사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평생 책임질수 있다는 B씨의 호언장담에 속아 만난지 이틀 만에 성관계까지 가질 정도로 A씨에게 신뢰를 줬다.
그러나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B씨는 지하철에서 신용카드를 도난당했다며 A씨의 신용카드를 받아 양복을 사는 등 사적 용도에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를 통해 2천400여만원을 만들어 자신의 통장에 입금시켜 버렸다.
B씨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A씨는 신용카드 대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다급해진 B씨는 갑자기 “나를 못믿으니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 만난지 한달도 못된 12월 초에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이들은 혼인신고후 곧바로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당일밤 신랑 B씨는 A씨가 핸드백에 넣어둔 현금 2천여만원을 꺼내들고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B씨는 이후 지난 1월 시내버스에서 주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구속됐고 지난해3월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 계류중이다.
B씨는 90년 7월에도 교회에 기도하러온 부녀자를 상대로 한 강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95-96년에는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해 기도하러온 부녀자를 간음하는 등 ‘사기꾼’ 실형 전력만 10회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가정법원은 26일 “두 사람의 교제과정 및 혼인신고에 이른 경위 등을 살펴볼 때 B씨는 처음부터 혼인생활을 유지할 의사 없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두 사람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