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韓 외국상공인들] “한국선 문제 해결하는데 돈 필요”

by 루비 posted Jun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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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부패방지위는 25일 신라호텔에서 미국·유럽·일본·캐나다 주한 상공회의소 대표 10여명을 초청해 ‘외국경제단체 반부패협의회’를 가졌다. 주한 상공인들은 한국에서 겪은 부패 사례를 공개하며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 강력히 집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이 한국 문화를 오해한 측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경청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


▲이남주 부방위원장 =주한 외국 상공인과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정부 관리들이 부패해 경제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이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을 해달라.


▲태미 오버비 주한 미상의 수석 부회장 =한국 제약시장의 경우, 연구개발 중심이 아니라 가격 경쟁만 하는 방식이라 대부분 회사들이 비윤리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들을 하고 있다. 내가 겪은 사례를 들면, 주요 병원이나 정부 관리들은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데 상습적으로 기부를 요구하고 있다. 들어주지 않을 경우 물품 조달자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 정부 관리나 기자들은 종종 처방전이 필요한 약인데도 제품 샘플을 공짜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버트 피커드 주한 캐나다상의 부회장 =한국은 투명성이 부족해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에서 어떻게 기업활동을 해야하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마르코스 고메스 주한 유럽상의 회장 =한국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 직장을 잡는 데도 뇌물을 지급해야 하는 등 부패가 만연한데, 원인을 밝혀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부패를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넓게 해석해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서울재팬클럽 다카스키 노부야 이사장 =같은 문화권인 일본인이라 한국 문화를 좀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기업 접대를 일종의 문화로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부패로 인식하고 있다. 또 리베이트를 받아 자기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부서 내에서 쓰는 것은 부패로 생각하지 않는데 이것도 부패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윤리강령을 만들어 위반할 경우 강력 처벌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조우 데이 주한 유럽상의 부회장 =한국의 법이나 규제가 너무 강력하고 복잡해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잘 알겠지만 외국 기업인들은 그렇게 못한다. 법을 좀더 현실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오버비 부회장 =한국 법은 미국보다 좋은데 너무 기준이 높다. 미국에서는 ‘최저’를 법으로 정하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처벌하는 시스템이다.


▲피터 본 코메르츠은행 한국지점장 =대우나 SK 처리를 보면 모든 불법을 공개하지 않고 한 사람만 골라 처벌하는데 좋은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모든 부패를 공개해야 근절할 수 있다.


▲이남주 위원장 =정부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강력하게 부패를 척결할 것이다. 문화적인 문제는 상당히 힘든 문제지만, 한국도 법을 좀더 엄격히 집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3개월마다 부패지수를 조사해 국민들과 각 부처에 ‘이런 부패 갖고는 안되겠다’는 점을 알리겠다. 정치자금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자각해 개정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부방위가 시민단체와 연계해 개혁 쪽으로 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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