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성 김 주한 미국대사의 선서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선서식은 성 김 대사를 칭찬하는 덕담과 농담 속에 웃음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 건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었다. 셔먼 차관은 모친 별세로 참석하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대신해 이날 행사를 주관했다.

셔먼 차관은 성 김 대사가 부임 날짜가 늦어지는 바람에 부인과 두 딸을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두 딸에게 "한국에 가면 너희들이 주니어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성 김의 두 딸이 울먹이기 시작했고, 셔먼 차관도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어 성 김 대사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사상 첫 주한대사로 임명되기까지의 '아메리칸 드림'과 가족사를 얘기하는 대목에서 김 대사는 물론 가족, 참석자들까지 눈물을 쏟아내는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성 김 대사는 자신이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을 데리고 이민왔다 몇 년 전 별세한 부친을 떠올리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할 때 목이 메어 중간중간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성 김 대사는 한국계 이민자로서 오늘이 있기까지의 성취와 소회를 감동적으로 풀어냈고 "이 자리에 한국계가 많이 와 계신데 여러분의 성장이 오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자신의 상관이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차관보를 거명하며 자신의 멘토로서의 역할에 감사를 표시했고, 같이 일했던 직원들에게도 "너무나도 헌신적인 동료들이었다"고 사의를 표했다.

셔먼 차관은 "클린턴 장관이 직접 이 자리에서 성 김 대사를 위해 얘기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게 됐다"고 사정을 설명한 뒤 성 김 대사를 "미묘한 외교 현안을 다루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외교관"이라고 격찬했다.

캠벨 차관보는 성 김 대사가 과거 수차례 평양을 방문한 일화와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유머스러스하게 얘기하며 좌중을 웃겼고 "최고의 주한대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 김 대사 선서식에는 김 대사의 가족, 한덕수 주미대사, 후지사키 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 그리고 그와 가까운 교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는 "여러 차례 이런 행사에 참석해봤지만 이번만큼 가족적이고 감동적이면서도 격조가 있는 선서식은 드물었다"며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