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고속철도 수주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4개 건설사가 전원 불참을 선언한 데다 브라질 현지에서 수주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최고책임자마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주전에 나서기도 전에 자중지란이 일어난 꼴이다.
정부는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 이후 정부 차원에서 브라질 고속철 수주에 총력전을 펴왔다. 이 사업은 사업비가 190억달러(약 20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중견 4개 건설사(코오롱건설, 현대엠코, 삼환기업, 한신공영)가 모두 “탈퇴하겠다”는 공문을 1일 한국사업단에 보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결정은 ‘토목공사의 80% 이상을 브라질 현지 건설사가 시공해야 한다’는 입찰 조건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들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브라질 정부가 70%의 자금을 대고 나머지 30%는 민간이 조달하도록 되어 있다. 민간 조달분 가운데 브라질 현지 업체가 80%, 외국의 낙찰 컨소시엄이 20%를 각각 내도록 돼 있다.
발주처인 브라질 정부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시방서(RFP)를 제시한 것도 한 이유다. 브라질은 고속철도를 짓고 난 뒤 철도요금을 일반석 기준으로 ㎞당 0.49헤알(약 332원)을 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40년간 철도를 운영하면서 요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컨소시엄은 철도 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 511㎞ 총연장을 감안하면 철도 요금은 15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브라질의 살인적인 물가고를 감안하면 이 정도 요금을 받아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게 한국 사업단의 설명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한국 사업단을 이끌었던 서선덕 단장(한양대 교수)은 “무리하게 입찰에 나섰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한국 컨소시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한국 사업단 관계자는 “고속철도 사업은 전액 민간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민간기업 자율로 더이상 서 단장을 믿고서 입찰 작업을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 해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브라질 정부 시방서 조건이라면 어느 컨소시엄도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스페인,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경쟁국가들도 11일로 예정된 입찰을 연기하고 시방서 조건을 완화해 세금 감면 혜택과 까다로운 기술이전을 완화해야 입찰할 수 있다고 브라질 정부에 요구한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가 입찰조건을 완화하고 당초 입찰 일정을 연기해 진행한다 해도 형세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3개사 컨소시엄을 구성한 채 “필요 자금의 85%를 대겠다”며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