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의 한 국회의원이 국어시험을 치렀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가 문맹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현행 브라질 법에 따르면 문맹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그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 직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달 초 브라질 총선에서 상파울루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프란시스코 올리베이라 시우바(45)다. '티리리카'(포르투갈어로 심술쟁이)라는 예명으로 더욱 유명한 시우바는 원래 예능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브라질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었다. 8살때부터 서커스 공연을 하면서 연예인 생활을 시작한 시우바는 이후 방송에 진출해 유명 코미디언이 됐다.
시우바는 지난 총선 선거과정에서도 독특한 선거유세로 브라질은 물론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더이상 나빠지지 않는다". 무식한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도 브라질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테니 속는 셈 치고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다.
뻔뻔하지만 기발한 이 선거전략에 브라질 국민들은 관심을 보였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유세 동영상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유세 영상에 "연방 하원의원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사실은 나도 몰라요. 하지만 저에게 표를 주세요. 하원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여러분에게 알려드릴게요."라는 내용을 담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시우바는 전국 최다득표인 135만3355표를 얻어 리우주의 행정 관료 출신의 정치인 안토니 가루티노(69만4000표)를 2배 가까운 표차로 누르고 당당히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시우바는 당선되자마자 암초를 만났다. 그의 '읽고 쓰는 능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현행 브라질 선거규정에 '문맹자는 공직자선거에 나갈 수 없다'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반대 세력들은 "문맹인 시우바의 당선은 무효"라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브라질 최고선거관리위원회도 "만약 그가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면 당선이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시우바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문맹이 문제라면 아예 선거출마부터 못하게 하는 게 정상인데, 당선 이후 이를 문제삼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브라질, 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지지 선언도 큰 힘이 됐다. 룰라 대통령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티리리카는 사회의 자화상"이라며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그의 국회의원 취임을 막는다면 그에게 표를 준 유권자 100만 명 이상의 유권자를 무시하는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시우바는 국어시험을 치뤄야 했다. 아무리 대통령 지지가 있다고 해도 법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우바는 판사 앞에서 선거법이 적혀있는 책과 신문기사 등을 읽고 쓰는 시험을 봐야 했다. 이 시험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12월1일 브라울 상파울루 선거재판소는 시우바에 대해 "최소한의 문장 내용은 이해할 수 있다"며 당선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소는 "쓰는 것에는 일부 문제가 있지만 읽고 쓰는 최소한의 능력은 확인됐다"며 "읽고 쓰는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만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시우바는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이 결정에 불복해 상소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라질 내 최고 득표를 하고 법원의 당선 확정 판결까지 받은 시우바의 정치 일정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