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북부 빠라주의 진흙속 게잡이

by 인선호 posted Oct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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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라질]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진흙뻘이 있고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숲을 이루고 있는 지형을 manguejal(망기잘) 또는 그냥 mangue(망기)라고 하는데 브라질 해안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강에서 흘러 내려오는 흙과 썩은 나뭇가지와 잎, 죽은 동물, 곤충에서 나온 유기물질들이 한데 섞여 검은 진흙을 이룬다. 진흙 속은 온갖 생명의 온상으로 게들(caranguejos)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가 된다.

생물연구자 헤나또 데 알메이다에 따르면 새끼들이 조용한 물속에서 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천연의 조건을 갖춘 뻘과 물이 있는 mangue를 번식기를 맞은 동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peixe-boi(해우/바다소)가 새끼를 낳으려 자주 이동해 오며 철새들이 먹이가 풍부한 하구의 진흙둔덕에 쉬었다가 힘을 얻어 다시 긴 여행을 떠난다고 헤나또는 설명한다.

브라질 북부 빠라(Pará)주 서북해안 일대 거의 전부가 진흙으로 된 늪지대이다. 연속된 늪지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가장 긴 늪지대의 중심에 빠라주도 벨렝(Belém)에서 동북방향으로 130km 떨어진 곳에 사방이 강들로 둘러싸인 인구 3만의 작은 도시 꾸루사(Curuça)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주민의 생계는 어업과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약간의 관광수입이 도시의 경제를 돕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사방이 뻘로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의 명물은 게다. 그런데 게잡이가 예전만 못하다. 꾸루사 도시로서는 뻘이 잘 보존돼야 경제가 산다. 뻘은 주민들의 생존의 문제다.

마노엘 리마(59)는 평생을 게잡이에 종사하고 있다. 손과 팔을 게에게 물리거나 나뭇가지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검은 양말을 어깨높이까지 끼워 올리고 굴속에 팔을 넣어 게를 잡는다. 마노엘은 커다란 게를 하루 100마리씩 잡아 올렸는데 요즘은 50마리 밖에 못 잡는데 그것도 하루 온종일 뻘을 뒤져서야 겨우 건지는 수확이다.

그리고 점점 깊이 파야 게가 있다. 그는 다 자란 숫놈게만 잡고 암놈과 어린게는 놓아준다. 게들을 덜 해치는 수단을 사용한다.

그러나 게잡이들이 전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랑곳 않는 게잡이들은 게들이 강제로 밖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굴에 발을 집어넣고 주위의 나무뿌리들을 파괴한다. “트랙터로 전부 짓밟고 쓰러뜨리듯 한다”고 마노엘은 비유했다.

꾸루사 주민들은 타도시 사람들처럼 잡지 않는다고 그는 장담했다.

이웃 성까에따노 데 오디벨라(São Caetano de Odivelas)는 과거에는 빠라주에서 가장 게가 많이 잡히는 고장이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예전에는 큰 게가 나는 지방이었는데 이제 큰놈들은 다 사라졌다. 그쪽 동네 사람들이 우리 것을 잡으려고 몰려오고 있다”고 마노엘은 불만이 가득한 채 톤을 높였다.  
  
매달 4-5일은 산란기이기 때문에 법으로 게를 잡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루는 Ibama(자연보호청)직원이 어느 젊은이가 종일 잡은 게를 빼앗아 도로 풀어주는 것을 본일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우리 같은 게잡이에게 누가 금렵기간에 끼니를 채워주겠는가?”라고 마노엘은 말했다. 어부는 노동법상 직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금렵기간 보상을 받지만 게잡이는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그는 말했다.

꾸루사 주민들에게는 게 이외에 새우와 굴이 주요한 소득원이 되고 있어 이것 역시 환경보호 차원의 채취와 관리가 필요하다. 5년 전부터 소기업보호청(Sebrae)과 굴양식협회 도움으로 바이아와 산타 카타리나 양식법을 보고 배운 뒤 이 방법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대나무로 엮은 그물을 강변에 설치하고 그 안에서 굴을 기르는 기술이다. 자연상태로 기르면 다른 동물들이 대부분의 굴씨들을 먹어버리는데 대나무망에서는 손실이 거의 없이 굴씨들이 성장할 수 있다. 굴양식협회는 회원들에게 굴껍질을 이용한 토산품을 만들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토산품들은 꾸루사와 벨렝시 관광지와 토산품 전시장을 통해 판매된다.

꾸루사는 온몸에 검은 진흙을 바른 삼바팀 Pretinhos do Mangue 이 유명하다. 세 친구가 카니발 가장무도회에 입을 옷이 없었다. 그들은 뻘속에 몸을 뒹굴어 검은 진흙을 묻혀 카니발 복장을 대신했다. 이 장난끼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진흙칠한 삼바팀 인원이 늘어갔다.

사람들은 이들 친환경 삼바팀을  “진흙 늪의 검둥이(Pretinho do Mangue)”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2000년 에드밀손 도스 산토스가 이끄는 Pretinho do Mangue 삼바팀은 급기야 전국적인 매스컴을 타 일약 이름을 얻었으며 드디어 빠라주 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영예를 안았다.

진흙늪 삼바팀은 2009년 비정부단체(ONG)로 승격시켜 진흙탕에 몸을 굴리는 장난을 통해 환경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 카니발에는 외국 여러나라로부터 온 사람들까지 합쳐 진흙 늪 삼바팀 환경교육 프로그램에 1만명이 참가했다.

꾸루사에는 유명한 것이 한가지 더 있다. 망게 숲 뿌리 속에 사는 큰 지렁이 같이 생긴 “뚜루(turu)”라는 것이 있는데 맛은 굴과 비슷하며 이 고장 사람들의 “최음제”로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결핵진단을 받은 사람이 이곳에 왔다가 치료돼 돌아갔다. 약이라고는 뚜루 밖에 먹지 않았다”고 꾸루사 주민 에베랄도 산토슨은 말한다.
(Horizonte Geográfico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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