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총선] 성장가도 브라질 대선 이색 돌풍

by 인선호 posted Oct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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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여야 간 치열한 경쟁이 관심사가 아니다.임기 말 룰라 대통령의 식지 않는 영향력과 최초의 여성대통령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번째 도전 만에 지난 2002년 당선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65)은 재선에 성공하며 브라질을 8년간 이끌어왔다.

그러면서도 현재 지지율이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인기 절정의 룰라 대통령이 왜 한 번 더 도전하지 않을까.

브라질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3선 도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룰라 대통령이 4년 후인 2014년 다시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룰라 대통령의 인기는 대선 분위기마저 바꿔놓았다. 통상적으로 야당 후보는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며 정권 교체를 외친다. 현 정부와는 다른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은 사실상 ‘성역’이다.

지난 2002년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와신상담하며 재기를 노리는 조제 세하 사회민주당 후보는 ‘역사적 인물 룰라와 세하, 경험 있는 두 지도자’라는 선거 광고를 내걸었다.

세하 후보는 “내가 룰라의 정책을 지속시킬 적임자”라며 룰라에 대한 공격 대신 그와 다정하게 대화하는 사진을 선거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한 여당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에 룰라의 얼굴을 더 크게 부각시키고 있을 정도다.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인기는 경제 성장과 빈곤 해소, 국가 위상 상승 등의 업적에 힘입은 것이다. 독재와 망명, 그리고 부패 스캔들에 친숙한 남미에서 안정된 정치로 브라질을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변모시켜 놓았다.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7%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세계 8위로 급부상했다. 룰라 대통령 집권 초반 12.3%였던 실업률은 6%로 개선됐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빈곤층이 43%가량 줄어들어, 인구 1억9000여만 명 중 3200만 명의 빈곤층이 ‘중산층’에 합류했다.

브라질도 지난해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 -0.18% 성장을 기록했지만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성장세로 돌아섰다.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은 세계 경제 침체에 가장 늦게 빠져들고 가장 먼저 빠져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년 부채국이던 브라질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내는 채권국으로 변모했다.

좌파 출신인 룰라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해 꾸준히 노력한 것이 성공의 요건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신분제가 유지되는 브라질에서 빈곤 퇴치에 나서면서 기업가 등 가진 자들에게도 신뢰를 얻는데 성공해 경제에 ‘올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구 5위, 경제규모 8위에 넓은 국토와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을 가진 브라질을 경제 성장 가도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분배를 통해 빈곤층 구제에 나서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여기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 확정으로 룰라의 인기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룰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 노동자당 차기 대선 후보인 지우마 호세프의 인기 또한 상승 곡선이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룰라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8%에 이른다. 최근 호세프 후보의 지지율은 사민당의 세하 후보를 거뜬히 앞서는 것은 물론 50%이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 초반 호세프 후보는 세하 후보에게 뒤졌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이 최근 호세프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지원활동을 벌이면서 지지율이 급반등했다.

이에 따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0월3일 열리는 1차 대선에서 결선 투표 없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세프 후보는 룰라가 닦아 놓은 경제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룰라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거쳐 장관을 지낸 호세프 후보는 그러나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룰라 대통령이 초등학교 중퇴에 빈민층 출신인데 반해 호세프는 변호사의 딸로 태어나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다.

정계에 나서본 적이 없는 정치 신인에 가깝다. 최근 TV토론회에서 다소 지루한 답변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호세프 후보의 가장 큰 이점이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룰라 대통령에 대한 후광이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브라질을 방문해 “룰라가 4년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대선에 출마해 8년간 더 집권하기 바란다”고 덕담 아닌 덕담을 건넸다.

대통령에서 물러나지만 룰라가 가진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세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룰라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낸 브라질 대선은 1억3500만 명의 유권자들이 참여해 10월3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27명의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81명 중 54명, 연방 하원 대의원 513명 전원, 주의회 의원 등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함께 진행되는 복합 선거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언론 기고문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일하길 바란다”고 밝혀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룰라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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