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넘치는데 '안방 경제'는 썰렁

by 인선호 posted Jan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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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의 나라 브라질이 수출과 내수(內需)의 엇박자로 고생하고 있다. 수출은 잘 되어 달러는 넘치지만 통화긴축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브라질 최대의 수출항 산투스. 18번 게이트를 통해 항구로 들어가자 37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가 넘는 부두에 초대형 크레인 수십대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P6크레인 앞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선박회사 소속 네들로이드 휴스턴호(號)가, 저 멀리 P3에는 붉은색의 함부르크 수드호(號)가 물건을 싣고 있다. 배 앞에는 컨테이너 수백대가 산처럼 쌓여 있다. 미국·유럽·중국 등으로 향하는 콩, 설탕, 커피, 사료, 전자기기, 신발, 육류 등이다.

부두관리 회사 4곳 중 하나인 리브라 테르미  나스 의 패트리샤 브렌타노(28) 세일즈 매니저는 “외환위기 당시인 98년에는 80만개의 컨테이너를 수출했으나 지난해에는 200만개를 수출했다”며 “컨테이너 야적장이 부족해 새 부지를 물색하고 대형 크레인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점을 둔 광산회사 CVRD의 로저 아그넬라(47) 회장은 “2000년부터 중국 특수 덕택에 매출이 2배로 증가했다”며 “24시간 연중 무휴로 채굴작업을 해도 부족해 못 팔 지경”이라고 즐거워했다.

수출 호황에 힘입어 브라질은 지난 1998년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페르난도 카르도소 대통령이 시작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이어간 결과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브라질은 지난해 사상최대인 1183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하고, 44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외환위기 당시 바닥이 났던 외환보유고도 66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부문에 자신감이 생기자 브라질은 지난해 12월 13일, 오는 2007년 만기 예정인 155억달러의 IMF(국제통화기금) 부채를 조기 상환키로 결정했다. IMF빚을 다 갚아도 외환보유고는 500억달러에 달한다. 엔히케 메이렐리스(60)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빚을 갚기로 했다”며 “이자 비용만 9억달러를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부문의 온기(溫氣)가 내수부문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통화긴축정책(고금리)을 운용,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2001년 이후 성장률은 2004년을 제외하고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오후 7시 상파울루 시내 ‘생테르 노르테’ 쇼핑센터에는 손님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고객이 없어서 여직원들이 창밖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쇼핑센터인 파울리스타의 구두·의류 가게도 마찬가지다. 캐주얼웨어 가게인 ‘시베리아’의 직원 페르난도(22)는 “경기가 작년보다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브라질의 고금리 정책은 또 다른 경제현상을 낳고 있다. 대출 기업들이 살인적인 고금리에 정부를 성토하고 있고,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도 투자보다는 연리 20~30%에 달하는 이자를 받기 위한 재테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달러가 넘쳐나면서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자 이번에는 수출 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브라질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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