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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첫 좌파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의 당선이 확정되던 2002년 10월 어느날, 붉은 깃발을 든 수천명의 노동당 지지자들과 브라질 좌파들은 대기업 빌딩들이 즐비한 상파울루 중심가에 모여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4백만 브라질 소작농에게 토지분배를 약속하는 등 경제변혁을 예고한 룰라는 자칭 ‘가난한 유권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집권후 그의 노선은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경제정책이 잇따랐다. 1980년대에 국제 채무불이행 및 재협상을 주장했던 그가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차관 잔액 1백55억달러를 조기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소작농들에게 약속했던 토지분배는 미진했다.

좌파  룰라 의 중도로의 이동은 집권 이후 변화하는 남미좌파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호아킴 데 톨레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경제학 교수는 “심도있는 구조개혁이 단행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은 실망했다. 반대로 무책임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및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실험을 우려했던 이들은 룰라의 집권을 환영했다”고 지적했다.

룰라의 변신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전임 카르도주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맹렬히 비판하며 집권에 성공한 그는 카르도주의 긴축재정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외채국가, 3번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나라였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가 ‘외채지급 중단’을 내걸자 주가가 폭락하며 경제가 출렁였다. 룰라는 IMF의 긴축재정 정책을 수용하고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야 했다.

남미 최대인 브라질 경제는 2004년 실질GDP 증가율이 10년 만에 최고수준인 5.3%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경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높은 콜금리(2005년 12월 현재 연 18%) 때문에 경제성장은 다른 브릭스(BRICs) 국가인 중국(9.0%), 인도(6.0%), 러시아(5.5%) 등보다 낮지만 여론에 연연하지 않고 탄탄한 거시경제정책을 꾸리고 있다.

그리고 룰라는 이런 친시장정책외에 4대개혁(사회보장, 세제, 노동, 농지)을 병행추진함으로써 기존 노동당 정책과 현실을 절충했다. 개혁의 초점은 극심한 사회양극화 해소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브라질의 경제불평등 수준이 세계 4위 정도라고 지적한다. 전체인구 1억8천8백만명 중 4천4백만명이 매일 1달러도 벌지 못한다. 룰라는 중산층 복지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정권과 달리 극빈층에 눈을 돌려 ‘포미제로’(기아퇴치 프로그램) 및 토지재분배 등을 실시하며 부의 집중문제를 부각했다. 그러나 집권시한인 2006년에 접어들었지만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오랜 포르투갈 식민지 및 대지주 중심 경제체제 운용으로 고착된 빈부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될 리 없다.

룰라가 중도좌파로 선회한 또다른 이유로는 사회개혁 비용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유정 재국유화로 얻은 소득을 복지에 투자하는 포퓰리즘 노선을 걷는 반면, 룰라는 토지강제몰수 등의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세계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전략이다. 워튼스쿨의 마우로 기옌 교수는 “브라질은 중남미 개혁이 계속될지를 판가름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개혁의 효과는 오는 10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커질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당시 80%에 육박하던 룰라의 지지율은 현재 40%선에 머물고 있다. 부패스캔들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집권 노동당 의원을 대신해 정부관리가 수뢰하는 현장을 포착한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된 이후 노동당 지도부 및 의원들 여럿이 사퇴했다. 직접 개입되지 않았더라도 룰라의 청렴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기 충분했다. 탄핵까지 거론됐다. 1978년 결성돼 군사독재정권과 맞서온 노동당의 몰락이었다. 각종 개혁안도 추진되지 못했다.

대선전망도 현재로선 어둡다. 지난해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제 세하 상파울루 시장(사회민주당)이 36%, 룰라가 29%의 지지를 얻었다. 시장전문가들은 “세라 후보는 룰라보다 시장친화적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검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룰라가 2005년 건전한 경제실적을 내놓으면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룰라가 지난달 IMF에 차관 조기상환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배상욱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외적으로 브라질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하고, 대내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야당으로부터 IMF에 지나치게 예속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빈곤층 등 전통적 지지기반에 대한 호소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룰라는 현재 120달러(약 12만원)인 최저임금을 150달러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룰라는 재선된다면 배분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중남미 좌파가 집권가능한 세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중남미 좌파 확산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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