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식물인간 소년 주정부 지원으로 집에서 투병

by 인선호 posted Sep 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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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안락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브라질 소년이 주정부의 지원으로 자신의 집에서 투병생활을 계속하게 됐다고 현지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정부는 전날 4년째 식물인간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제크 브레네르 데 올리베이라(4)가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체의 의료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후 4개월 때부터 퇴행성 신진대사 증후군으로 전신이 마비된 제크는 상파울루 주 프랑카 지역의 한 병원에서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으며, 인공호흡기와 고무튜브를 통한 영양 공급으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제크의 아버지 제손 데 올리베이라(35)는 지난주 아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며 법원에 안락사 허용 요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종교계와 의료계 사이에 치열한 논란을 야기했다.

제크에 대한 소식은 지난 1주일간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제손이 마침내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와 주변 가족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지난 6일 안락사 시도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잠시나마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안은 상파울루 주정부에 대해 공공의료 서비스 부족을 질타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했으며, 제크가 입원 중인 병원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정부가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자택 치료' 결정을 이끌어냈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이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주요 의료기기와 근육마비 치료용으로 특수제작된 물침대 등 제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장비를 구입해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비 구입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 인공호흡기 하나만 해도 2만~3만달러가 필요하고, 일부 장비들은 국내 구입이 어려워 수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집행 절차가 까다롭다고 주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제크에 대한 주정부의 지원 소식이 알려지자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움직임을 보여 상파울루 주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상파울루 시 인근 리베이랑 프레토 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6살된 내 딸도 제크와 같은 증세로 4년째 누워있다"며 자신도 주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안락사 허용 요청서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파울루 주에는 현재 전신마비 증세로 수년째 병원이나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제크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형평성을 이유로 환자 가족들의 지원 요청이 밀려들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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