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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인사들의 각종 부패 스캔들과 ''8월 군부위기설''로 시달리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는 전직 대통령들처럼 사임하거나 쫓겨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경제관료와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제사회개발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의 위기에 맞서 인내심을 갖고 국가원수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26일 외신들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권 위기에 대한 소감을 45분간 밝힌 뒤 불명예스러운 길을 걸었던 전직 대통령들을 비장한 표정으로 거론하며 최근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갖가지 소문에 쐐기를 박았다.
  

''전매특허'' 정면돌파론, 위기만 가중시켜
  

지난 2002년 11월, 권력과 돈의 유착으로 점철된 브라질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과 극빈 서민층의 뜨거운 지지로 당선된 노동자당(PT)의 룰라 대통령. 당선시 65%의 지지를 얻었고 한때 90%가 넘는 지지율로 승승장구하던 룰라 대통령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부패스캔들 때문이었다.
  
지난달 룰라의 측근들이 언론사 편집장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며 여론몰이를 했던 사건이 폭로되며 연쇄적으로 터진 집권 세력의 부패상은 룰라 당선의 핵심 요인이던 ''청렴 이미지''를 파탄내며 그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노동자당의 창당멤버이자 룰라와 함께 당을 이끌어 온 3두마차 가운데 조세 디르세우 수석장관과 조세 제노이노 당 총재가 뇌물파동으로 정계를 떠났고, 대통령 가족들이 기업으로부터 거금의 생활비를 받았다는 비리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또 최근에는 안토니오 팔로시 재무장관이 지방 시장 재임 시절 쓰레기 수거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최근 노동자당 재무위원장을 사퇴한 델루비오 소아레스를 통해 당에 전달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잇따른 폭로에 대한 룰라 대통령의 대응은 예의 ''정면돌파론''이었다.
  
룰라는 지난 7월 집권당과 행정부의 비리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곧이어 구세력을 능가하는 부패상이 백일하에 공개되면서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만 받았다.
  
가족 비리에 대해서도 룰라는 가족들에 대한 합동수사를 지시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룰라만 모른다"는 비난을 받으며 자충수를 둔 격이 됐다는 평가다.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브라질 사회

  
집권 세력의 혼탁상과 대통령의 외골수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브라질 사회는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룰라에 대한 찬반 시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사회주의자유당(PSOL)과 단일노동자사회주의당(PSTU) 같은 군소 좌파 정당들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탄핵에 유보적인 입장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자유전선당(PFL)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브라질 최대의 노조조직인 중앙단일노조(CUT) 소속 일부 노조원들도 지도부의 룰라 대통령 지지 방침에 반발하며 탄핵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지난 16일에는 CUT와 농민인권단체인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 최대 학생단체인 전국학생연합(UNE) 소속 2만여명이 "탄핵은 브라질을 과거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호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의 탄핵 발의를 두고 벌어지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에 더해 군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군인 급여 인상에 대한 룰라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군부는 ''공무원과 집권당은 비리로 모은 돈을 물 쓰듯 하는데 군에게는 희생만 강요한다''며 실력 행사에 나설지 모른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자살, 사임, 축출로 얼룩진 브라질 정치사

  
브라질의 현대 정치사를 보면 룰라가 왜 이날 자살, 사임, 축출을 거론했는지 알 수 있다. 브라질에는 이같은 방식으로 권좌를 떠난 대통령들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제툴리오 바르가스 전 대통령(1930~45년, 1951~54년 2차례 재임)은 자살을 택했고, 자니오 콰드로스 전 대통령(1961년 1~8월)은 스스로 사임했다.
  
조앙 고울라르트 전 대통령(1961~1964년)은 군부세력에 의해 축출됐으며, 페르난도 콜리요르 데 멜로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부패 때문에 의회의 탄핵을 받아 집권 2년을 앞두고 1992년 12월 29일 사임했다. 또 룰라의 전임이던 페르난두 엔리케 카루두소도 재임 8년 동안 탄핵을 22번이나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주셀리노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1956~1961년)을 거론하며 "당시 언론은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에게 ''강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했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브라질 국민이 그의 업적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쿠비츠셰크 전 대통령은 역대 좌ㆍ우파 전직 대통령들의 표상이 되고 있으며 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심각한 위기를 컨트롤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좌우파의 표상''이 되고파 하는 소망을 갖고 있는 룰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자살, 사임, 축출''을 피해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맹이 없는 정면돌파가 이번에도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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