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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데니지 파라나 엮음 조일아 외 옮김/308쪽 1만원 바다출판사

이 책이 나오기에 지금이 적절한 시점은 아닐 수도 있다. 지난달,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최측근이 뇌물을 받는 장면이 비디오로 공개됐다. 같은 시기 발표된 브라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0.2%로 최근 수년간 최저치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룰라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60%를 웃돈다. 저조한 경제성장률은 재도약을 위한 긴축정책에서 비롯된 ‘바닥 다지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물가와 환율이 잡혔고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분석기관들이 잇따라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희망의 조짐들이 상당부분 ‘룰라’라는 한 인물의 매력에서 비롯된다는 데 딴죽 거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가난이 불러오는 기아와 질병 때문에 살아서 다섯 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태어나, 스무 살 무렵 일자리를 찾다가 길가에 주저앉아 울었고, 신혼시절 병원의 무관심으로 아내와 그 뱃속의 아이를 한꺼번에 잃었던 불운의 사나이. 그가 어떻게 참혹과 가능성이 묘하게 뒤섞인 나라를 짊어지게 되었을까. 노조에서 성장한 그가 어떻게 집권하자마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공무원 연금 운용에 칼날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룰라 자신과 가족,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가진 열정과 관용, 양보와 통솔력의 원천을 탐구한다. 편저자는 룰라가 ‘빈곤의 문화’를 벗어던지고 ‘변화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관용과 체계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자각이 분노의 감정을 현실변화의 에너지로 승화시켰고, ‘남 때리기’가 아닌 포용과 인도주의의 시각이 싹트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그가 노조 내 경쟁세력이었던 좌파의 요구를 수용했던 것은 그들의 활동력과 조직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조활동 초기부터 그는 자본가들을 비판할 때와 똑같이 표현의 자유와 노조쟁의권,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비판했다. 대통령이 된 그가 ‘분배보다 성장’을 호소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계층이 이미 그의 유연한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지를 지닌 한 인간의 성장기로서도 편하게 읽힌다. 두 번째 아내가 된 마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면서도 집요하게 구애를 그치지 않는 장면은 인간 룰라의 추진력을 느끼게 한다. 형 프레이 쉬쿠가 체포돼 고문과 폭행을 당한 끝에 풀려나오자 투쟁 의지는 오히려 더욱 불타올랐다. “무슨 명분으로, 머릿속에 가족과 자신의 신념밖에 없는 한 노동자를 이토록 폭행할 수 있는 것일까. 그때 두려움이 사라져버렸다. 집회에서도 생각하는 대로 서슴없이 연설할 수 있었다.”

폭력과 리더십을 논한 대목은 우리나라의 ‘활동가’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리더의 통솔력이 원만하면 폭력 수위가 낮아진다. 제대로 단결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는 폭력 행사를 피할 수 있다.”

원제 ‘Lula o filho do Brasil’(2003).

▼룰라의 어록▼

“어머니가 썽 빠울루로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고 북동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아마도 까샤싸(민속주) 애주가가 되어 간경화증을 앓다 요절했을지도 모른다.”

“모스크바 사회주의 옹호자들은 우리더러 CIA와 내통한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 20년 전 우리의 주장을 똑같이 읊으면서도 과거에 한 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노조가 성장하면 나 또한 앞서나갔다. 이들이 퇴보하면 나 또한 뒷걸음쳤다. 나는 내가 속한 사회를 대표했고, 이들의 소망은 내 소망이기도 했다.”

“나를 탄생시킨 것은 정치 상황이다. 나는 브라질 사회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변화의 과정에서 태어났다.”

“할 일이 없어 곡괭이를 땅에 꽂고 기대 서 있는 북동부 빈민촌 사내에게 ‘어때요, 일이 잘 될 것 같습니까?’ 하고 물으면 그는 ‘하느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되겠지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국민과 함께라면 브라질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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