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마음으로 만두를 빚어 왔습니다."50년간 만두를 빚어온 만두 장인(匠人) 권만식 씨(61)의 만두 철학이다. 권 씨는 지난 50여년 동안 만두를 빚어 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만두를 빚어 ''만두의 달인''이라고 칭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많게는 하루 3000에서 보통 2000개의 만두를 빚어온 권 씨가 지금까지 만든 만두 수는 어림잡아 3700만여개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4600만명쯤인 것을 감안하면 갓난아기를 빼면 거의 모든 국민이 권 씨의 만두를 먹은 셈이다.
그런 권 씨는 최근 쓰레기 만두 사건이 터지자 속이 편치 않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둘째치고 국민들로부터 만두가 외면당하지 않을까 해서다. 권 씨는 만두의 속은 주인의 양심이라고 한다. 권 씨에 따르면 "문제가 된 무말랭이를 만두에 넣은 것은 만두 속 무우말랭이가 고기맛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맛이 소비자를 끌어당겼고 다른 재료보다 값도 싸기에 업체들이 넣었다고 했다.
권만식 씨는 "어떤 재료를 몇개 넣어야 만두의 맛이 난다는 원칙은 없다"며 "한가지를 넣더라도 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두피에 넣는 재료는 딱 4가지뿐이다. 잘 다진 돼지고기, 양파, 부추, 양배추다. 메추리알크기로 준비해놓은 반죽 덩어리를 틈틈이 밀대로 밀어 피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다. 즉석만두다.
미리 만두를 만들어 놓으면 속재료에서 물이 나와 늘어지고 탄력이 없어진다는 것. 그래서 한정된 만두만 팔며, 만두가 바닥 나면 욕심내어 만들지 않고 문을 닫는다.
그가 만든 만두는 입에 넣는 순간 만두피의 감촉에 혀가 놀라고 그 고유한 맛에 고개를 끄덕인다. 야채가 뭉개지지 않고 잘 뭉쳐져 입소문을 듣고 경기도 일대에서도 만두를 사러 온다. 점심시간 때는 만두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권 씨는 이번 만두 파동도 결국 업체들이 돈벌기 위한 욕심 때문에 이상한 재료를 넣어 소비자들을 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에 그가 파는 만두 한판의 값은 1500원이다. "챙길 이윤이 거의 없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만두를 주기 위해 싸게 팔고 있다"고 했다.
만두 요리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그는 "서 있는 한 만두를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만식 씨는 먹고 살겠다는 일념 아래 11살 때 중국집에 들어갔다. 거기서 중국 요리사가 물만두 만드는 것을 보고 만두요리사 길로 나섰으며 30여년간 대구에서 만두 요리사로 일했다.
85년 서울 안암동으로 이사온 후 20년 동안 남의 가게에서 만두를 빚어온 그는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 ''만두 아버지''로 통한다. 98년 고려대 안암 병원 부근에 열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처음 내 만두집을 연 권만식 씨는 "봉사하는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이면 50년간 갈고 닦은 만두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10일 식약청이 불량만두를 생산한 업체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일부 라면 수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다시 한번 끓어올랐다. 네티즌들은 국민연금-불량만두-불량라면까지 묶어 다양한 패러디를 제작.유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