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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의 한 인터넷 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 최모씨(32)는 최근 메신저를 내다 버렸다. 메신저가 편하기는 하지만 메신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씨는 메신저를 쓰지 않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넌 하루 종일 여자친구랑 채팅만 하느냐"는 상사의 오해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거래처의 여직원이랑 업무에 관해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등 뒤를 지나가던 상사는 젊은 세대가 구사하는 인터넷 용어를 이해 못하는지 "거짓말 마라 그게 어디 거래처 직원이랑 나눌 수 있는 말이냐"며 믿어주지 않았다. 그는 이런 오해를 받느니 차라리 ''아날로그''로 돌아 가는게 낫겠다 싶어 요즘은 거래처와의 연락을 전화로 바꿨다.

최씨가 메신저를 쓰지 않기로 한 이유는 ''상사의 오해''만은 아니다. 그는 "메신저를 쓰지 않으니 그동안 메신저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렸다"고 말한다.
최근 최씨 처럼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메신저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바꾸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메신저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괴로워하는 ''메신저의 역기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접속했을 때 아는 사람이 보이는 데도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뭔가 섭섭한 감정이 있는지 오해를 하게 된다.

▼메신저가 왔지만 일이 바빠서 모르고 응답을 않으면 상대방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바쁘니까 좀 있다 보자고 해도 계속 메신저를 날리는 사람도 있다.

▼자리비움으로 표시해도 여전히 메신저를 보내지만 나중에 뭐가 왔는지 확인한 후에는 상대방이 접속 중이다.

▼급한 일로 게임방 등에서 로그인해서 대화 했는데 자동접속을 해놓으면 자신의 메신저는 그대로 다른 곳에서 사용중인 상태가 된다. 구리시의 김모씨는 이 문제 때문에 서울의 PC방을 찾아가서 다시 자동 로그인을  없애고 집으로 돌아간 경우까지 있다.

위와 꼭같은 사례로 다른 사람이 친구들에게 장난을 쳐 연인으로부터 심각한 오해를 받고 선배에게 큰 꾸지람을 들었던 네티즌의 이야기가 인터넷 게시판에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자신이 접속하면 상대방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몇시에 출근해서 몇시에 퇴근하는지 자리를 얼마나 자주 비우는지 다 파악하고 있다. 사생활이 감시당하는 느낌이다.

▼메신저로 온 바이러스 소스를 받으면 바로 감염되는 우려가 있다.

[위크엔드 포커스]무언의 테러 ''사이버 왕따''

사이버 세계에서는 친하다고 믿었던 상대방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차단 당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커뮤니티, 카페, 메신저, 일촌 맺기….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사이버 세계의 도구들이다.

대개는 동아리, 친구, 선후배간의 정을 돈독하게 하는데 이용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 데이비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이 반드시 오프라인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양적으로 ‘친구’는 늘어났지만 진실로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많은 메신저 친구 중 당신이 ‘차단’한 사람은? 혹은 당신을 ‘차단’한 사람은?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사이버 세계. 그 열린 공간이 주는 외로움의 아이러니.

○ 이건 ‘테러’야!

고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엄모씨(21)는 최근 친구 A씨와 MSN 메신저로 대화를 하던 중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A씨는 과내에서 ‘왕따’로 분류된 친구. 엄씨 등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과 친구들은 메신저 내에서 A씨를 ‘차단’해 놓은 상태였다. 물론 당사자인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

A씨는 메신저로 대화 도중 자료를 부탁하자 엄씨는 무심결에 “지금 (메신저에서 온라인 상태인) ○○○에게 달라고 해”라고 했던 것. A씨가 “○○○? 나한테는 오프라인 상태로 돼 있는데?”라고 말하자 상황을 눈치 챈 엄씨는 “컴퓨터가 이상한가보다”며 황급히 대화방을 나갔다.

엄씨는 “그 사건을 계기로 A씨는 친구들이 자신을 메신저에서 ‘차단’해 놓은 것을 알게 됐고 한동안 풀이 죽어 수업도 제대로 안 들어오곤 했다”고 말했다.

‘친구등록’을 한 뒤 사용하는 MSN 메신저에는 ‘차단’ 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이 온라인 상태라도 대화를 원치 않는 특정 상대에게는 오프라인 상태로 보이도록 하는 기능이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요즘엔 대화방에 안 들어오네’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감’이나 ‘말 실수’로 자신이 ‘차단’당한 것을 알게 된다.

대학생 김태영씨(24)는 “이용 시간대가 오후 10시부터 오전 1∼2시로 대부분 비슷해 상대방이 며칠씩 오프라인 상태로 있으면 일단 의심하게 된다”며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차단’ 당했을 때는 마치 ‘무언의 테러’를 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마음에 안 드는 이성, 불화를 일으킨 동료,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을 주로 ‘차단’ 하지만 문제는 이런 조치가 일방적인 것이라 당한 쪽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도 일부 사이트에서는 MSN 사이트에 로그인한 전체 명단과 내가 MSN 메신저에 친구 등록한 사람의 온 오프 상태를 비교해 주는 ‘잔인한’ 프로그램이 존재하기도 했다.

차라리 ‘삭제’를 하거나 안 친한 사람들은 아예 친구등록을 받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처음 친구등록 하자고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하거나, 친구등록을 했다가 삭제하겠다고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친하다고 믿었던 상대방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차단 당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 풍요속의 빈곤

대학생 B씨(여)는 지난해 초 심한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고등학교 반 친구들끼리 인터넷상에 만든 ‘카페’ 내에 친한 친구 5명이 따로 소모임을 만든 것.

당초 서로 잘 모르던 5명을 연결한 사람이 B씨인지라 당연히 가입하고 싶다고 글을 올렸으나 이들 5인방은 답신도, 연락도 끊은 채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B씨의 또 다른 친구 김모씨(22·여)는 “그 사건 이후 B씨는 술만 마시면 울면서 배신감을 토로하는 등 괴로워했다”며 “B씨는 지금 어떤 커뮤니티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버 세계의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 사이트에는 ‘일촌 맺기’ 기능이 있다.

개개인의 홈페이지끼리 쉽게 연결되도록 일종의 ‘친구등록’을 하는 기능. 나와 일촌을 맺은 내 친구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홈페이지까지 방문(일명 파도타기)할 수 있어 밤을 새워 ‘파도’를 타는 네티즌들도 부지기수다.

이 일촌 맺기도 만약 일촌 신청을 거절할 경우 그 사람과 ‘원수’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개는 쉽게 일촌을 맺지만 그 안에서도 등급은 나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자주 찾아가고 글도 남기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명색만 ‘일촌’.

대학생 남모씨(25)는 “70여명 정도를 일촌 등록했지만 자주 찾는 사람은 20명도 채 안 된다”며 “내가 자기 홈페이지를 안 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특별히 문제가 없어도 소원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남씨는 “차라리 등록을 안했으면 불편하지도 않을 텐데 결과적으로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 또 하나의 고독한 군중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말한 ‘고독한 군중’은 겉으로 드러난 사교성과는 달리 내면적인 고립감에 번민하는 현대인을 지칭하는 말.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조금씩 드러난다.

수많은 사이트와 커뮤니티, 친구들이 있지만 그 속에서 까닭 모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사이버연구소 라도삼 박사는 “사이버 세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다양함, 소속 집단과 친구 수 등에 있어서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늘어났다”며 “그러나 이런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친밀감이나 깊이 등은 오히려 얕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적으로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의 수가 100여명을 넘나들지만 그 중에서 정말로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은 불과 몇 명 안 된다는 것.

오히려 서로 모르면 관계가 나빠지지도 않았을 텐데, 누구나 접근이 쉬운 사이버라는 공간 때문에 쉽게 관계를 맺었다가 등을 돌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라 박사는 “휴대전화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검색해 봐도 정말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무차별적으로 열려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차단’ 같은 장치가 탄생했지만 현실세계처럼 실제 대화나 합의 같은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소외감이 깊어지기 쉽다.

그는 “사이버 문화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기술의 발전이 주는 장점만 추구하다가는 언젠가 사이버 세계에서의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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