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가 포르노 영화 촬영으로 발칵 뒤집혔다. 촬영 장소가 다름 아닌 사적지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깊은 공설 종합운동장인 콜리세움 스타디움이었기 때문이다.

30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 지역 포르노 전문 영화사가 지난 2001년 9월 로스앤젤레스 시내 콜리세움 스타디움 안에서 포르노 영화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90분 분량 중 약 40분을 콜리세움 스타디움에서 촬영한 장면으로 채웠다.

콜리세움 스타디움은 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를 기려 1921년 개장한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적 구조물이다.

1932년과 1984년 두 차례나 하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였고 존 F. 케네디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 곳이기도 하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특별 미사를 올리기도 했고 현재는 명문 대학 USC 풋볼팀이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로스앤젤레스시 등 3개 지방정부가 공동 소유한 이곳은 1984년에 국가 사적지로 지정됐다.

이 곳에서 포르노 영화가 촬영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당국은 경위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 보면 고위층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콜리세움 스타디움에 배우와 촬영 장비, 인력을 투입하고 시설을 이용하려면 어지간한 직위의 책임자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촬영에 참가했던 주연 배우는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촬영을 했으며 경기장 조명탑에 불을 모두 켠 채 작업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배우는 “20여년 동안 포르노 영화 배우로 살면서 온갖 장소에서 영화를 찍었지만 콜리세움 스타디움에서 영화를 찍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굉장히 설레고 흥분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리세움 스타디움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은 모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촬영에 참가했던 배우가 “영화를 찍을 때 로스앤젤레스 경찰 헬리콥터 한대가 운동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촬영 장면을 지켜봤다”고 말했지만 경찰 역시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영화사는 아예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관리비를 멋대로 유용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콜리세움 스타디움 관리공사는 또 한번 구설수에 올라 시민들의 혀를 차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