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닷컴]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이 삼바와 축구다. 그 밖에 스포츠 종목을 꼽으라면, 배구, 농구 순일 것이다.
그런데 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의 금메달 효자 종목의 하나인 양궁을 불모지인 이 곳 삼바왕국에서 금빛 과녁을 반듯이 쏘겠다는 꿈을 안고 바다를 건너온 이가 있다. 바로 임희식(43)감독.
임 감독은 지난 2010년 2월 홀로 입국해 현재 남녀선수 총 10명으로 구성된 브라질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최근 거주지도 히오에서 깜삐나스(Campinas)시로 옮겨 협회측에서 마련해 준 군용시설 내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다음 달부터 합숙훈련에 돌입한다고 했다.
임 감독은 2009년 한 지인으로부터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 제의를 처음 받았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됐고, 더욱이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하지만 오랜 선수생활과 국내 실업 팀을 거쳐 일본 대학교 팀 감독 생활을 이어오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인정받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이 번 브라질 행을 결심하는 데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브라질 양궁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양궁인구는 어림잡아 약 2백 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주로 상 파울로, 히오, 벨로 오리존찌 등 대도시에 개인이 운영하는 양궁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달 정기적으로 클럽대항전도 치러진다. 클럽대항전 경기결과 및 개인랭킹은 브라질양궁협회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어 국가 대표선수 선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임 감독은 브라질 선수들의 첫 인상에 대해서는 “일본에 있을 때 선수 프로필을 받았다. 처음 브라질에 도착해 협회에서 마련해 준 훈련 캠프에서 선수들과의 첫 대면을 했는데 오히려 한국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뛰어나다”라고 첫 소감을 말했다.
세계양궁랭킹 하위권인 50위권에 머물던 브라질 양궁은 임 감독을 영입한 후 최근 A매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현재 30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여기다가 올해 10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팬암(PAN-AMERICA)대회에 남자에 이어 여자 선수들도 브라질 양궁역사 처음으로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그는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팬암대회와 본 무대인 2016년 히오 올림픽에서 브라질 양궁역사 상 첫 메달권에 입상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큰 꿈이자 목표다.
두 달 전에는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 왕희경(40)씨와 두 아들 임성환(13), 수환(11)이도 입국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서로 사랑을 키우며 97년도에 결혼한 양궁 부부다.
왕희경씨는 88년 서울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서 김수녕, 윤영숙 선수와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 “두 아이들도 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는 왕 씨는 브라질에 살면서 가장 처음 배운 말이 ‘Depois’(다음)라고 말해 취재진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왕 씨는 “브라질 사람들은 다 편하고 좋은 것 같은데 일 처리속도가 너무 늦더라” 면서 “양궁협회 측에 코치 채용원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었다” 라며 당분간 깜삐나스 지역 개인 양궁클럽에서 개인지도를 하며 차분히 협회 측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왕희경씨는 88년도 서울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해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고, 임희식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에 국가대표로 첫 참가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이 부부에게는 오기가 생겼다. 이 곳 삼바왕국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선발해 키워 자신들이 못 이뤄낸 화려한 금빛 과녁을 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전력하고 싶다는 각오와 함께 앞으로 양궁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