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승의 교훈

해병이 2006.03.05 13:29 조회 수 : 7268 추천:150



2006030513년 전 필자는 중학교 시절의 옛 스승을 만나 뵙게 됐다. 선생님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모 영자일간지 기자로 근무하셨고 휴전이 되면서 필자의 모교에 공채돼 영어 과목을 담당하셨다. 그후 줄곧 교육계에서 일하셨고 만나 뵐 때는 모 여고 교장선생님이셨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36년 만이라 여러 가지 인사를 나누며 옛날을 회고했다. 선생님과의 대화 중 필자의 심금에 닿아 지금도 기억하는 교훈은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요 백견이불여일각(百見而不如一覺)이나 백각이불여일행(百覺而不如一行)”이라는 말씀이었다.

‘百聞而不如一見’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베이컨을 포함한 경험주의 철학자들이 좋아하는 말일게다. 서양인들은 이를 “Seeing is Believing”이라 하고 “산을 넘어가 봐야 산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다”고 하는 몽고인들의 속담과도 유사한 의미다.

‘百見而不如一覺’은 “백 번 보는 것도 한 번 깨우침만 같지 않다”는 뜻이다. 인간의 두뇌에는 약 200억 개의 뇌세포가 있어 2만MB 용량의 컴퓨터와 같다 한다. 개인용 PC 메모리(REM)의 용량을 64MB로 본다면 산술적으로 인간 두뇌는 PC보다 312배 정도 크기의 컴퓨터로 축구장만하고 높이가 8m 되는 크기다. 그러나 뇌세포는 무한대의 정보저장능력과 스스로의 삭제·학습 능력을 갖고 있어 인간 두뇌의 지각 능력은 무한하다.

군생활 체험 캠프를 다녀간 많은 분의 ‘인생 종합대학’에 대한 이해가 그러지 못한 분들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육군비호부대 김상진 상병은 다소의 신체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입대해 자신감을 배양하고 책임감·자긍심, 조국에 대한 큰 사랑을 느끼게 해 준 곳으로 군대를 지각(知覺)하고 있지 않는가.(국방일보 1월16일자 독자마당)

백 번을 보더라도(in - put) 한 번 깨우치지(out - put) 못 한다면 짐승보다 못하며 어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말할 수 있으랴.

‘百覺而不如一行’은 “백 번을 깨우친들 한 번 행함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공자의 유교사상은 ‘인’(仁)을 중시하는 실천도덕을 기본으로 하며, 선행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을 사람이 행할 참된 사랑이라고 했다. 서양의 기독교 사상도 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무조건이고 일방적이며 절대적인 사랑을 핵심으로 한다. 사랑은 행(行)함으로써 꽃을 피운다. 듀크 대학 철학교수 맥킨타이어(A MacIntyre)는 성공을 위한 행동 철학을 제시하면서 습관화한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함의 참뜻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보고 깨우치며 고개를 끄덕이되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는 지킬 것은 지키고 변화시킬 것은 변화시키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보고 깨우친 것들을 실천하는 것”, 필자에게 주신 선생님의 교훈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리더십의 정수(精髓)인 ‘솔선수범’의 다른 표현이라 여겨진다.

<정국본 예 해병소장.국제정치학 박사 kbjung2681@hotmail.com>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2.01.16

메뉴

오늘:
0
어제:
0
전체:
95,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