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정은
2009.01.14 01:16
"쓸쓸함·폭력에 대한 성찰 계속… 그 바닥이 어디일까 알고싶어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황정은은 다른 세상의 꿈에 대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중세가 되어가는 바로 이 시대의 세계 자체에 대해, 또한 그 엄청난 위력 앞에서 모자처럼 초라해지고 오뚝이처럼 딱딱해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마치 농담처럼 우화처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문학평론가 서영채)
2005년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 등단 5년차를 맞는 황정은(33)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환상성이 돋보이는 그의 소설은 발표될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모자로 변신하는 아버지, 신체가 줄어들며 오뚝이를 닮아가는 은행원, 사람의 말을 하며 주인을 평가하는 애완동물, 직립보행하는 모기 등 그가 창조해낸 캐릭터에 대해 평론가들은 속화되고 변화불가능한 현실 앞에 대응능력이 거세되버린 소시민들의 도피 양태를 읽었다.
"무슨 주목이 이렇게 궁핍한가요?"라는 황씨의 농담 섞인 반문에도 불구하고, 이효석문학상 최종 후보(단편 '모자'ㆍ2006), 한국현대문학소설학회 '2007 올해의 문제소설' 선정(단편 '문'ㆍ2007),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소설집 <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 ㆍ2008) 등 그를 주목하는 문단의 시선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카프카식 변신 서사, 비참한 현실의 냉담한 서술 등 황씨가 사용하는 소설적 무기는 '쓸쓸함'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다. 소통 불가능한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그 정서는 경제적 쇠락, 가정폭력, 병고 등이 겹쳐진 작가의 체험과 얽혀 있기도 하다.
"'누군가를 이해했다'는 말은 진실하지 않다. 나사를 돌리면 깊이 파고들어 가듯 그 쓸쓸함의 바닥은 어디일까를 알고 싶다"는 황씨의 독백은 그의 소설의 앞길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쓸쓸함'과 함께 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는 '폭력에 대한 성찰'이다.
시댁 식구들에게 매맞는 며느리, 엉덩이를 두드려 맞는 아들, 머리를 발로 걷어차이는 외삼촌 등 폭력에 노출된 이들을 그의 소설 속에서는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상태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는 그의 통찰은 올해 가을에 발표될 그의 첫 장편소설에서 변주될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환상'의 작가라는 낙인을 불편해했다. "이야기의 씨앗이 품어지면 그것을 잘 표현할 방법을 찾을 뿐, 앞으로 환상에 주목할지 리얼리티에 주목할지는 나 자신도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등단작 '마더'는 전통적 서사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황정은보다 앞으로의 황정은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평론가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누가 좋다고 해서 내 글이 나아지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황씨는 "문제는 나 자신이다. 계속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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