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다이내믹코리아 를 아세요..

2006.12.04 02:46

장다비 조회 수:9083 추천:133





비보이들의 열풍이 거세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고나 할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비보이들이 눈을 부비고 떠봤더니 그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비보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생각지 않은 인기도 따라붙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인기 상승세’가 무섭다.

비보이가 이처럼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우리나라 비보이팀이 2002년부터 세계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면서부터. 그 이전에는 비보이 문화는 헐렁한 바지,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등 힙합패션을 입은 ‘불량 소년’들의 길거리 소일거리나 무대 위의 백댄서 정도로 여겨졌다.

“왜 저런 걸 하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브레이크댄스를 추기 시작했다는 익스트림크루의 정영광(24) 팀장은 이런 얘기를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단다. 심지어 집에서도 재즈나 탭댄스를 하지 왜 손가락질 받는 춤을 추느냐고 나무랄 정도였으니 오죽했으랴. 비걸로 활약 중인 추은주(22) 씨도 “무엇 때문에 그 위험한 걸 하느냐”는 핀잔을 수없이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발레나 무용처럼 춤문화의 주류로 봐주지 않는 시선에 무척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비보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졌다. 거리에서 태어난 비보이가 본격적인 문화예술무대로 영입되면서 이젠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SJ비보이즈의 김양순 차장은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동작이 눈요깃감에서 벗어나 스토리가 가미된 예술로 승화되는 추세”라며 “광고와 게임 등으로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우량 문화상품으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비보이는 힙합댄스 중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남자를 말하며, 여자 춤꾼은 ‘비걸’로 불린다. 비보이가 탄생한 것은 1970년대. 흑인이 판치던 뉴욕의 뒷골목에 경제난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온 남미의 히스패닉계가 몰려들면서 패권다툼이 벌어졌다. 비보이들의 경연대회에 ‘배틀(Battle)’이란 명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방 구역으로 몰려가 춤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해 온갖 기묘한 동작을 연출하다보니 묘기가 백출했다.

비보잉은 비보이들의 춤동작. 춤 스타일과 기술에 따라 비보잉은 무척 다양하다. 머리를 땅에 대고 도는 헤드스핀, 풍차처럼 팔과 다리를 휘돌리는 윈드밀, 몸의 관절을 튕기듯 끊어서 추는 파핑, 허공에서 몸동작을 순간적으로 정지하는 프리즈 등 기본 동작만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는 열정과 패기, 그리고 젊음이 어우러진 비보이들의 현란한 비보잉에 매료된 때문일까. 세계대회에 나갔다 하면 호평과 함께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특히 유럽 쪽에선 미국의 ‘크루(Crew ; 비보이팀을 일컬음)’보다 인기가 높아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팬들도 부쩍 늘어났다.

이처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인 비보이들이 이젠 거리를 떠나 본격적으로 공연장으로 진출해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12월에는 비보이들만을 위한 전용극장까지 생겨났다. 이 극장에서 장기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공연 때마다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환호성이 넘쳐난다. 이 때문일까. 비보이가 또 하나의 한류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비보잉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준 행사운영팀장은 “우리나라 비보이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면서 “또 다른 한류 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들려준다. 관광공사는 내년 6월에 비보이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한류 붐 조성을 위해 아시아지역에선 처음으로 ‘비보이 세계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 팀장은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非)언어 퍼포먼스가 안성맞춤”이라며 비보잉이 그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거리에서 강렬한 비트와 쿵쿵거리는 힙합 음악에 맞춰 기괴한 춤을 추던 아이들. 그들이 어느 틈엔가 대한민국을 알리는 ‘문화 전령사’로 훌쩍 자라났다. 게다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비보이 공연이 속속 등장하면서 또 다른 한류 열풍까지 예고하고 있다.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우리나라 크루들을 향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비보이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대회 참가를 요청할 정도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초청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 비보이들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뿐 아니다. 도하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에도 등장해 선수단에게 신바람을 심어주는가 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야제 행사에도 초청장을 받았다. 전 세계 45억 명 인구 앞에서 현란한 비보잉을 마음껏 뽐낼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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