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씨 부부. 행려자에게 4년째 도시락 선행

by 인선호 posted Mar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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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라질] 2월27일 금요일 저녁 6시. 봉헤찌로 동보스꼬 성당 담장을 따라 100여명의 행색이 남루한 브라질 남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계가 6시 정각을 가리키자 행렬은 낮게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줄의 맨 앞사람부터 은박지에 싼 도시락을 나눠주는 이병석,조지은 부부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부부의 도시락 나눠주기는 같은 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년째 반복되고 있다. 조지은씨는 도시락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 하나를 익히 잘 알고 있는 듯 도시락을 나눠주면서 밝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기도 하며 그러나 새치기 하는 사람, 술 취한 사람은 가차없이 열에서 제외시키곤 했다.

도시락을 받은 행려자들은 성당 앞 공원벤치에서 음식을 먹곤 하는데 그들은 은박지와 음식 찌꺼기는 길거리에 버리지 못하며 반드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 위 3가지가 무료급식자가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이며 그 외에는 별다른 조건이 없는 듯 했다.

도시락은 밥, 훼이정, 삐까디냐 고기, 달걀, 삶은 채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100-120개 도시락을 준비하려면 부인 조지은씨가 새벽부터 서둘러 오후 4시에는 도시락에 담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이병석씨는 도시락 음식 맛이 어느 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은근히 자랑하면서 샌드위치 빵을 나눠준 일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은박지에 싼 도시락은 이조뽀르 박스에 담아 집에서부터 동보스꼬 성당길까지 운반해야 하는데 박스가 최소 4-5개 되기 때문에 매일 도시락을 배급 받는 사람들 가운데 두서너 명이 자원봉사한다고 한다.

물론 이병석씨 부부도 박스를 멘다. 부부가 봉헤찌로 뜨레스 히오 길에서 아는 사람들과 부딪치기라도 하면 김밥을 파느냐 생선장사를 하느냐 하고 묻기가 일수인데 그때 마다 대답을 회피한다고 말한다.

이병석,조지은 부부는 자비로 도시락을 행려자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외부의 기부가 있으면 용기백배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봉헤찌로 조아낑 무르띠뇨 거리에 노인정에 해당하는 “어른들의 쉼터”를 운영해 오다가 얼마전 살림집으로 이사하고서 조지은씨가 교포 노인들에게 크로바하프 악기를 지도하고 있다고 남편 이병석씨는 말했다.

부부가 음식을 나눠주는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여대자 이병석씨는 얼굴이 나오게 하지는 말라는 부탁을 했다. (011-3221-5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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