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문화공간 '토요 도자기교실' 을 찾아서

by 인선호 posted Sep 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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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취재]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특별한(?) 만남을 갖는 이들이 있다. 딱딱한 도시생활에서는 쉽게 접해 볼 수가 없는 만남이라며 오후 3시만 되면 이 곳을 찾고 있다는 곳은 다름아닌 ‘토요 도자기교실’ 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봉헤찌로에 위치한 봉헤찌로 교회(R. Alfonso Pena, 314번지) 3층에 위치한 교실은 평소에는 교회 식당이지만 올해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만큼은 한인들을 위해 무료로 도예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실에 들어서면 한켠으로는 갖가지 종류의 토기들이 빼곡하게 진열장을 채우고 있고, 오래 전 도예가로부터 전수를 받았다는 백남기선생의 지도와 봉사아래 현재 15명의 회원들이 매주 모임을 갖고 있다.

도예는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라도 1개월 정도면 간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진열장 맨 아래에 있던 토기 몇 점을 가지런히 올려 놓으며 갑자기 기자에게 “무언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예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확실하게 차이를 보이는 작품을 가리키며 “제자와 스승의 차이?” 라고 되묻자 “이것 모두 같은 회원분들의 작품입니다.” 라고 웃으면서 소개했다.

4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 중 자신이 제일 어리다고 소개하는 하송윤(여.40)씨는 오래 전 브라질에서도 도자기전시회를 가질 만큼 수준급의 실력자.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는 일반회원과 같이 매주 도예교실에 나와 처음으로 도예를 접하는 초보자들에게는 난코스라 알려진 흙 반죽 즉 기포제거작업은 물론 백 선생의 든든한 보조역할을 도맡아 해주고 있다.

“도예를 시작하려면 우선 흙 반죽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라며 큰 덩어리로 된 흙을 반으로 자르며 현란한 손 동작을 이용해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시범을 보여주며 “기포작업을 잘 해 주어야 나중에 마르면 금도 가지 않을뿐더러 오래 보존할 수 있어요.” 라고 귀뜸해주는 그녀는 이 밖에도 ‘빠삐플라워’ 란 종이를 이용해 꽃을 만들 정도로 뛰어난 손재주가다.doye12.gif

진열대 옆을 둘러보니 투박한 형태의 기계식 물레가 눈에 띄었는데 “교실을 시작한지 5개월 정도가 되었지만 물레를 타는 회원들은 아직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동안에도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도자기를 빚던 회원들은 힐끔 물레를 바라보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일명 노가다(?)란 무엇일까?

보통 약 40센티미터 높이의 물병 하나를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시간 정도인데 비해 물레를 이용하면 단 30분이면 가능하다. 또 기포작업을 마친 후 밑판작업에 이어 높이 쌓기란 보기에는 쉬어 보일지 모르지만 약 4~5시간 동안 흙을 돌돌 말아 타원형을 그리며 같은 방법을 반복해야 되는 정말 끈기가 요구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곧 이어 백선생이 물레를 타려고 준비하는 동안 모든 회원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모아졌고, 이윽고 원판이 돌아가는 모터소리와 함께 적당량의 흙을 원판 중심에 올려놓은 후 물을 뿌려가며 두 손을 이용해 서서히 도자기를 빚기 시작했다.

“물레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로 합니다. 사실 비밀은 손 바닥에 있습니다.” 라며 힘을 주니 중심에서 조금씩 흙 기둥이 솟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회를 거듭하자 보기 좋은 자기 한점을 뚝딱 만들어 냈다. 소요된 시간은 20여분 정도. 이를 지켜보던 한 회원은 “저는 언제 저거(물레)자격증을 딸 지 의문입니다.” 라는 푸념 섞인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열심히 마무리 작업인 문양 작업에 열중하던 한 회원은 “이런 공간이 없었더라면 언제 이렇게 마음껏 흙을 만져 볼 기회가 있겠어요.” 라며 즐거워했고, 자신 앞에 놓여진 도자기 사진을 골몰히 바라보던 한 회원은 웃으며 “아직까진 직접 구상하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실력이 쌓이면 꼭 한번 자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라고 답하기도 했다.

백선생은 앞으로도 계속 무료 도예교실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 올해 연말쯤 회원작품들을 엄선해 첫 회원전을 갖고 싶다는 포부도 비치는 그는 “최고 30명 회원까지 불려 볼 생각입니다. 장소가 교회라고 해서 꼭 기독교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원들 중 타 종교이신 분들도 많거든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라며 도자기에 관심있는 교포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자세한 문의는 (011) 8162-336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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