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넴비의 밤하늘이 클래식의 보석 빛으로 물들다

by 인선호 posted Sep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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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닷컴] 브라질 한인 합창단(단장 이창일)이 상 파울로 시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지휘 Sergio Wernec )와의 첫 협연공연에서 약 5 백여명의 청중들에게 가슴 속까지 뭉클하고 벅찬 감동의 약속된 무대를 선사했다.

9월 22일(화) 저녁 8시부터 아넴비(Anhembi)소극장에는 김송덕, 권한나양의 사회 진행으로 한.브 50주년 기념을 겸한 브라질 한인합창단 창립음악회가 우리 가곡 ‘가고파’ 의 선율이 소극장에 잔잔히 가득 올려 퍼지는 가운데 막이 올랐다.

재 브라질 박동수한인 회장은 한인합창단이 음악으로 한인문화를 브라질 주류사회에 각인 시키는 문화사절단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며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말이 이어진 후 오케스트라와 한인 합창단의 화음이 어울림 된 우리의 전통적 서정민요인 ‘신 아리랑’ 이 브라질인과 한인들의 가슴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심어졌다.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간절한 마음의 곡 ‘님이 오시는지’ 가 애닮은 한 여인의 사랑이 되어 전해지는가 싶더니 그리움의 가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 울려 퍼질 때는 이민생활의 정서와 어우러져 고국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으며 저 구름 흘러갈 때 부모 형제들이 있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실어 보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진분홍 치마에 꽃무늬가 있는 흰색 저고리의 청초한 믹서엔 매치의 고전의상을 입은 홍혜경(소프라노)씨가 ‘내 마음’ 이란 김동진 곡으로, 내 마음은 호수요 촛불이요 나그네요 낙엽이라는 김동명의 아름다운 시를 은빛 목소리로 불러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리허설 때와 마찬가지로 끌라우지아 아르꼬스(메조 소프라노)씨는 정확한 발음의 가사 전달은 힘들었지만 ‘비목’ 가곡의 의미를 알고 감명으로 부르는 노래 이기에 처음으로 한국가곡에 도전하는 솔리스트에게 관객은 아낌없는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1부의 마지막 순서로 연노랑 나비 넥타이를 매고 턱시도를 입은 이정근(바리톤)씨가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이라는 가사로 멋진 노래로 표현하였으며 차분함과 중후한 맛으로 가곡의 깊이를 한층 더 느낄 수 있게 하였고 시와 음악을 미적 감성으로 부드럽게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음악회는 한.브 50주년의 해로 한인 문화 예술이 더욱 활성화 되고 아름다운 하모니가 브라질 사회에까지 깊이 녹아 드는 계기가 되며 한인들에게 아름다운 기쁨을 선사하는 멋진 장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관객들이 자리에 돌아와 앉을 쯤 끌라우지아 아르꼬스(메조 소프라노)씨는 브라질의 민속적 색채와 토속적인 음악양식을 확립한 빌라 로보스의 마지막 걸작품 사랑의 노래(Cancao de Amor)로 뜨거운 태양의 정적의 분위기와 귀로는 전부를 다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사연과 사랑의 감정을 간직한 체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선보여 객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어 홍혜경(소프라노)씨는 다시 검은색 드롭페드 토르소 드레스 (Dropped torso Dress) 를 입고 나와 브라질 작곡가 까룰로스 고메스 의 누가 알겠어?(Quem Sabe?) 라는 명곡과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가장 많이 불려지고 사랑 받는 대표적인 노래 자니스키키중에서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모두들 행복해 할 수 있었다.

특히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시켜달라고 아버지에게 조르며 만일 그렇게 안 된다면 강물로 뛰어 들겠다고 애교 반 위협 반으로 호소하는 장면의 노래에서는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 모두 압권이었다.

드디어 테너 히날도 레오네(Rinaldo Leone)씨가 리골레토(Rigoletto) 2막 끝장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을 들고나와 리콜리토의 딸 질다 에게 공작의 위인 됨과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의 대목으로 힘있고 경쾌하게 그리고 박력 있는 보이스로 관객들을 흥분과 열정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길게 박수가 이어졌다.

앞서 부른 가곡 ‘보리밭’을 중후한 음색으로 불러 실력을 뽐낸 이정근(바리톤)씨가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에서 <길을 비켜라! 만능일꾼 납신다. 서두르자! 날이 밝았으니 일하러 가야지. 나는 언제나 명랑한 최고의 이발사. 아, 피가로 만세. 만만세. 나는 운 좋은 사나이 만세!>

코믹하고 호탕한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주인공 피가로의 역을 멋진 바리톤의 목소리로 세련되고 절도 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줘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하였으며 행운의 사나이 피가로의 삶을 오페라를 통해 마음껏 보여준 수준 있는 무대였다.

그 동안 솔리스트들의 음악의 향연이 펼쳐져서 순서를 기다리던 한인합창단과 상 파울로 시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이들의 퍼레이드가 끝나자 마자 이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3막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장엄하고 엄숙한 선율로 가다듬고 바벨론 왕에게 포로로 잡혀 온 히브리 노예들의 고통과 소망을 음악으로 나타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했다.

어느덧 협연의 끝자락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유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솔리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오페라 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제1막 제2장에 나오는 노래 중에서 축배의 노래 (Brindisi) 가 나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곡 중 창작곡인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을 한.브 솔리스트들이 합창하며 문화를 공유하고 두 나라 관객이 서로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함께 클래식의 신작로에 서있었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기립박수로 얻은 앙코르 음악으로 모두가 함께 부른 "오 솔레 미오(O Sole Mio)"도 특별했다. 풍부하고 깊은 보이스는 특이하고 정교하게 연주되는 명품악기와 다를 바 없음을 느꼈다.

그렇게 거침없는 감정표출 어마어마한 열정과 성량이 어울러져 청중들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고, 그 순간 아넴비의 밤하늘은 한.브 클래식 선율이라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수 놓아 졌다. [취재: 홍경표 기자 사진: 김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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