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화장실이나 가정에서 항균 비누(antibacterial soap)의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비누가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항균 비누란 말 그대로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살균력을 가진 비누이다.
항균 비누의 주성분은 트리클로카반(triclocarban)이라는 화학물질이다.
가정에서든 사무실이든 항균 비누의 포장지에 적혀 있는 구성 화학물질 성분을 보면, 트리클로카반의 존재 유무를 쉽게 알 수 있다.
테네시 대학 연구팀은 최근 쥐 실험을 통해 항균 비누가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트리클로카반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이 대학 공중보건학과 팀은 최소한 쥐 등 동물에 대해서는 확실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태아와 신생아에 악영향 뚜렷해=트리클로카반은 태아와 신생아에 대해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임신한 엄마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들의 먹이에 트리클로카반을 각각 0.2%와 0.5%씩 섞어놨다.
먹이 가운데 이 같은 트리클로카반의 비율은 성인이 15분 동안 항균 비누로 전신 샤워를 했을 때, 사람의 혈액 속에서 검출되는 트리클로카반의 농도와 엇비슷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트리클로카반을 먹은 쥐가 낳은 새끼들과 트리클로카반에 노출되지 않은 정상적인 암컷 쥐들이 낳은 새끼들을 섞어 기르게 했다.
즉 트리클로카반을 먹은 엄마 쥐가 자신이 낳은 새끼와 정상적인 쥐가 낳은 새끼 모두에게 젖을 물리도록 한 것이다.
정상적인 엄마 쥐 또한 자신이 낳은 새끼와 트리클로카반을 먹은 쥐가 낳은 새끼 모두에게 젖을 줬다.
그 결과 분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트리클로카반을 먹은 쥐가 수유한 어린 쥐들은 이유기를 전후해 죽거나 체중이 정상 쥐의 절반에 불과한 등의 치명적 악영향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트리클로카반 농도가 높은 먹이를 먹은 쥐들이 수유한 새끼들은 조기 사망률이 더욱 높았다. 반면 트리클로카반을 먹은 쥐가 낳은 새끼라도 정상적인 쥐의 젖을 먹고 자란 경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인간이나 애완동물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어=테네시 대학 연구팀의 이번 실험은 인간이나 애완동물 모두 항균 비누로 몸을 씻는 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평소 오염물질과 접촉이 잦은 손을 잠시 항균 비누로 씻어 주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신 샤워,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항균 비누를 사용해 몸을 씻는 건 장기적으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씻길 때도 항균 비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 동물의 경우 각종 병원균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항균 비누 목욕이 장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에 비해 체중이 훨씬 덜 나가는 애완동물을 트리클로카반이 들어 있는 항균 비누로 씻긴다면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균 비누의 잠재적 위험성을 들어 이 비누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당국의 항균 비누 규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