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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팔십노인의 "일요일 망중한'...

3 인용 푹신한 소파에 앉아 싸운것도 아니고 권태기도 아닌데

서로가 모서리에 떨어저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80넘은 노부부가

어제 토요일 오후늦게 배달온 "Veja" 주간잡지에 열독들이다.

한살위의 할멈 아내는 "Veja" 잡지부록 별책의 음식평 난을 부지

런히 뒤적이고 있었다.


나는 잡지의 경제난 페이지를 넘기며 할멈의 얼굴을 가끔 훔처보건

한다.그녀는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57년

같이산 여자 처놓고는 가끔은 티격태격 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겹지가 않은 언제나 보아도 마음에 흐믓이 안기는 여인이다.


달랑 학교 졸업장밖에 손에 쥔것이 없는 무일푼의 철업는 남편을

눈감고 믿고 딸아준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하다.학창시절 어찌하다

한번 Bio-chemistry 의 Kreb's Cycle 법칙에 재시험에 걸려 그녀

는 남자혼자 사는 하숙집에 꼬박 이틀밤을 새워가며 12페이지의 원서

깡그리 내머리속에 넣어주었다.


이민생활에 70 넘어 2차에 걸친 대수술에 억지 은퇴를하고, 아무리

요즘 백세인생이라 하지만 이젠 인생 막바지 올때까지 온 모양이다.


더 살고 싶으면 운동하라는 주치의의 엄명에 아침이면 할망구의 성화

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 Academia에 부지런히 다닌다.


이젠 "여보 사랑해요"란 쑥수러운 말을 하지않아도, 젊을때처럼 붉은

장미 깜짝선물을 하지 않아도 대견하고 그저 내한몸의 분신처럼 그녀의

영혼이 이심전심 내게 소리없이 스며든다.


부끄러울것도 없지만 1958년 대학1학년 Freshman 시절, 종로 YMCA

클래씩 Music Hall에서 할멈을 첫눈에 반해 지금까지 "60년의 삶의 연애"

를 해왔으니, 욕심을 부린다면 10년더 사라지는 노울같은 연애를 하다

한날 한시 손잡고 붉은 노울속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살아온 그대로 후회없이 그녀가 옆에 있어주어 그저 신에게 감사 드리며

그녀를 나에게 보내준 신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2019년 9월 15일, 일요일 오후의 망중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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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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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lorenjo 작성자 2019.09.19. 09:42
"평생 사기꾼"
지금 내옆에 있는 할멈이
평생 내 아내가 될줄이야, 낸들 누군들 알았으리요.
1958년도, 우연인지 전생의 인연인지 아무것도 모르며
종로 YMCA Classic Music Hall 에서 첫눈에 사팔이가 되였답니다.

바보같은 내아내는 턱도없이 부족한 나를, 사랑하나로 속아서
평생을 고난속에서 살아왔으니, 내래 여자 속인 "평생 사기꾼"이 됬수다래...

이제까진, 할멈 얼굴에만 주름진줄 알았드니
요즘들어 자세히보니 할멈 작은두손 까지 주름져 있으니
"평생 사기꾼" 못할짓 다하고 떠날것만 같아 가슴 아파 옵니다.

그래도 오랜세월 육신이 늙었다고 철이들어
그저, 못난사람 부족함을 항상 감사기도로 때우며 살아갑니다.
                          2014/03/13, 한밤에, 유리 할아버지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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